우리 학교만 이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전교 어린이회 업무는 끝이 없다. 갑자기 모르는 업무가 툭 튀어나오기도 한다(갑툭튀). 나에게는 언어문화개선주간 캠페인이 바로 그런 업무였다.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생활부장님에게 메시지가 날아온다. 학교 교육과정 상 10월에 전교 어린이회 주관으로 언어문화개선주간 행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전임자에게 전달 받은 내용도 아닌지라 황당함은 배가 되었다. 생활부장님이 보내준 파일에는 정말 '어린이회가 행사를 주관하여 운영한다'는 말이 명시되어 있었다. 갑자기 생겨버린 업무에 순간 화가났지만 그냥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선택을 머지 않아 후회했다. 생각보다 사이즈가 컸기 때문이다.
전교와 학급 임원들을 데리고 언어문화개선주간에 무슨 행사를 해야하나 고민했다. 창의력 부족한 나의 머리로 아무리 고민해봐도 할 수 있는건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캠페인 활동이었다. 전교 어린이회의 시간에 임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캠페인 활동을 해야한다고 설득했다. 학교 교육과정상에 우리가 하기로 되어있다는 명분과 해당 주에 공휴일이 하루 껴있어 4일만 활동하면 된다고 설득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착한 편이어서 다행히 선생님의 말에 잘 따라주었다(고맙다 얘들아).
논의 끝에 4학년, 5학년, 6학년, 전교 임원 이렇게 팀을 나눠 하루씩 하기로 정했다. 캠페인 때 쓸 자료는 임원들에게 만들어 오라고 하면 지나친 부담이 될 것 같아서(양질의 퀄리티를 기대하기 힘듦 + 민원 크리 가능성 있음) 내가 준비하기로 했다. 캠페인 자료는 관련된 내용이 캘리그라피처럼 있어서 이걸 활용하기로 했다.
학생들 가는 데는 반드시 간식이 따라가야 한다. 이번에도 캠페인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위한 간식을 준비했다. 이번 간식은 학생들이 아침 일찍 와서 고생하는 만큼, 먹고 조금이라도 든든하라고 에너지바를 선택했다.
언어문화개선주간이 찾아왔고 학생들이 모두 오지는 않았지만 80%가 넘는 출석률을 보여주었다. 많은 학생들이 캠페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어 고마웠다. 확실히 임원들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평균 수준보다 이해력이든, 인성이든, 눈치든 전반적으로 능력치가 높아서 일을 하기가 수월하다. 학생들은 캠페인 활동 중 같은 반 친구나 아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걸 부끄러워했다(고학년으로 갈수록 이런 경향은 심해졌다). 그렇지만 동시에 선거로 뽑힌 임원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다는 일종의 자부심 같은걸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캠페인 활동만 하면 좋았으련만... 배정된 예산이 생각보다 많았다. 다른 행사 하나를 더 해야했다. 생활부장님과 논의한 끝에 '언어문화개선주간 맞이 학생 작품 공모전'을 해보기로 했다. 어린이회의에서 논의를 한 결과 총 4개 분야(글, 표어, 만화, 포스터)에서 공모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상은 4~6학년으로 하기로 했으며 우수 작품 당선자 선물로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희망한 문화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이 행사 역시 학생들에게 알릴만한 안내 포스터가 필요했다. 임원들에게 맡기기 애매하여 내가 제작했다. ㅠ 학생 자치 업무는 학생의 탈을 쓴 교사의 업무가 정말 많다(사실 학생에게 시키고 관리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게 더 편하다). 각 분야별 참가 양식지도 만들어야했고 문화상품권과 참가자들에게 줄 상품도 준비해야했다.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제출율이 높은 반에게는 특별 상품도 준다고 홍보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특별 상품도 따로 준비해야했다. 학교 돈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에듀파인으로 지출품의를 올려야했으며 g마켓 등을 뒤져 가격대에 맞는 적절한 상품을 골라야만 했다(상품은 노트와 볼펜으로 결정되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카카오프렌즈가 그려진 것들로). 모든게 학생 자치 업무 담당자인 나의 몫이었다.
공모전 기간이 다가오자 각 반별로 분야별 참가 양식지를 배분했고 작품 수거함도 우드락보드로 만들었다. 2주간 작품을 받았는데 총 150개의 작품이 들어왔다. 100개 정도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들어와서 예산을 더 배정했다(그래도 또 품의를 올려야했다). 각 반 담임선생님들이 그래도 관심을 갖고 학생들의 참여를 격려해주신 덕분이었다.
작품이 많이 들어오니 심사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생활부장님과 선생님 한 분을 더 모시고 나까지 3명이서 150개의 작품을 모두 보면서 심사했다. 심사 결과를 기안했고 우수작품 제출 학생들에게 약속대로 문화상품권을 주었다. 학생들은 기쁜 표정으로 문화상품권을 받아갔다.
학생들의 작품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통로 복도에 일주일간 전시되었다. 작품을 복도 벽에 붙이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전교 임원들을 시켜보려 했으나 나보다 바쁜 스케줄들이 있으셔서 쉽지 않다. 과정은 고됐으나 그래도 작품 앞에 서서 작품을 유심히 보고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며 헛일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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