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 소득 비교 - 우리나라는 소득동질혼 대신 상향혼이 많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에서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슈카월드에서도 이 보고서의 내용을 다루었는데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아서 글로 정리해 본다.
결혼을 하면 소득이 평등해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든 국가에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에 비해 가구 근로소득 불평등 수준이 크게 낮았다고 한다. 이유는 노동시장에서 발생한 개인 간 근로소득 불평등이 가구 내 소득 공유 효과와 정부의 재분배정책에 의해 완화되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결혼을 하면 가구원 수가 최소 1인에서 2인으로 늘어나고, 모수가 커지는 만큼 평균의 효과로 소득 불평등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더 많이 평등해진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특이한 점은, 개인 소득으로 보면 불평등이 매우 심한 나라이지만(28개 국가 중 취업자 근로소득 불평등 2위) 결혼을 해서 가구를 이루면 다른 나라에 비해 소득 불평등이 더 크게 완화된다는 점이다(28개 국가중 가구 근로/시장 소득 불평등 각각 24위, 23위). 결혼을 하게 되면 2위였던 소득 불평등이 23~24위까지 크게 완화된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근로소득 불평등이 큰 이유
우리나라가 취업자 근로소득 불평등이 큰 이유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웃나라 일본이나 EU에 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20여 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의 격차는 더 커졌다. 개인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고 너도나도 죽자 살자 대기업에 목을 매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을 하면 소득불평등이 완화되는가?
그럼 왜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을 하면 소득불평등이 완화되는 걸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소득동질혼 경향이 낮기 때문이다. 소득동질혼이란 소득이 비슷한 남녀가 결혼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는 소득 수준이 서로 다른 남녀가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소득동질혼지수가 가장 낮음을 알 수 있다.
부부가구 소득그룹별 상대 관측빈도를 살펴보면 오른쪽 주요국 평균에서는 가운데 대각선을 따라 파란색(동질혼 비율 높음)이 분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별다른 규칙성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부부의 소득 특징은 저소득, 비취업 남자와 중위소득 이상 여성간 결혼이 많다는 점(빨간, 파랑 박스), 고소득 남성과 비취업, 저소득 여성간 결혼이 많다는 점(노랑, 초록 박스)이다. 남자와 여자 서로 모두 소득분위가 높았을 때 결혼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건(검은 박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모두 똑같았다.
아래 자료를 다시 살펴보면, 공교롭게도 동아시아 국가인 한국, 중국, 타이완, 일본이 소득동질혼 하위 4개국이다. 소득이 서로 다른 남녀가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 데에는 동아시아권의 문화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 문화권의 특징이라면 유교 또는 가부장적인 문화,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생각난다. 가장은 일을 해서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하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하고 자녀를 키우며 가정을 가꾸는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5년 전 자료이기는 하나 OECD와 우리나라의 맞벌이부부 비율(만 14세 미만 자녀가 있는 경우)을 비교해 보면 OECD 평균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래 자료는 자녀 유무를 따지지 않은 전체 부부 중 맞벌이를 하는 비율을 나타낸 자료이다. 이 경우 맞벌이 비율은 50%에 가깝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보면 자녀가 생긴 후 맞벌이 비중이 50%대에서 30%로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두 자료의 시기가 달라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부부 중 한 사람은 자녀 양육을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이 경우 남편은 소득이 있고 아내는 소득이 사라지기 때문에 소득격차는 크게 나타나게 된다.
결론
내용이 좀 어려운데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면 소득이 낮은 배우자(주로 여성)가 직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소득동질혼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남편의 소득이 변변치 않은 경우, 아내가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남편보다 더 높은 소득을 벌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남자 저소득과 여자 중위소득 부부의 비중이 높았다.
-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소득이 높은 남자와 소득이 높은 여자가 만나 결혼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돈 잘 버는 배우자를 만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내가 돈을 잘 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