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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의사(전공의) 부족 문제 - 원인과 해결책 고민해보기

Path Follower 2022. 12. 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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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병원 소아과에서 소아과 입원 치료를 중단한다는 공고가 뜨면서 소아과와 비인기과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병원에서 소아과 입원 진료를 중단한 이유는 전공의(레지던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레지던트는 대학병원을 돌리는 핵심 인력이다. 만약 전공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면, 이와 같이 입원 치료가 중단될 수도 있음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이에 따라 전공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많은 대처 방법들이 언급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소아과 전공의 부족 문제 해결 방법을 생각해봤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추이와 기피 이유

우선 해결책을 생각해보기 전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살펴본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5%, 2021년 38%, 2022년 27.5%로 매년 수직하락을 기록 중이다. 2023년도 전공의 지원율은 16.6%를 기록했다. 바닥이 없는 수준이다. 레지던트 수련 병원 66곳에서 2023년도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205명을 모집했지만, 단 33명만 지원했을 정도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여러 비인기과중에서도 소아청소년과가 특히 전공의 지원율이 낮은 편인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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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투명한 미래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산의 타격을 가장 먼저 맞는 분야 중 하나다.

초등학교는 저출산 6년 후, 중고등학교는 13년 후, 대학교와 군대는 20년 후에 본격적인 저출산 여파가 밀려오지만 소아과는 가장 빨리 저출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바닥을 모르고 하락 중이다. 아기가 적다는 건 의사 입장에서 치료할 환자가 적다는 것이고, 치료할 환자가 적다는 건 시장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기업도 그렇고 병원도 그렇고 줄어드는 시장이 인기가 좋을 이유는 없다.

대학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가 돈도 안되고 환자도 없어 전문의 모집을 하지 않으니 소아과 전문의들은 갈 곳이 없다. 로컬 개업밖에 남은 방법이 없는데 이미 소아과 로컬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이미 수 년간 해당 지역에 자리 잡아온 선배들과 경쟁하기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고 설령 자리를 잡는다 해도 큰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 비해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의 인기과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피부와 미용에 소비하는 비용은 매년 증가세다. 주된 치료가 비급여 치료라 낮은 수가도 상관이 없다. 수술 리스크도 적은 편이다. 의사들이 인기과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2. 낮은 수가

전망이 좀 좋지 않더라도 당장 돈이라도 많이 벌수 있으면 그래도 선택하는 의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아과는 수가가 낮은 진료 과목 중 한 곳이다. 환자수도 적은데 수가도 낮으니 수입이 생길 수가 없는 구조다. 소아과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대학병원에서도 다른 과에서 벌어온 돈으로 소아과의 적자를 매워주는 상황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를 볼수록 적자인 과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3. 진상 부모 및 사회 분위기

최근 한 뉴스에서 한 아이의 보호자가 아이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공개되었다.

소아과 의사 폭행

의사면 사회 최고 엘리트 계층 중 하나인데 이런 처우를 받으면서까지 소아과 의사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자기 아기가 소중한건 맞지만 이런 식으로 의사를 대한다면 앞으로 자기 아이를 치료해줄 의사는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 사례뿐만 아니라 로컬 소아과에서도 진상 부모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지역 맘카페 분위기를 파악하는 게 병원의 주 업무라고 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통해 고위험, 고강도의 업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보면서 많은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게 된 것도 소아과 인기 저하의 이유다. 성인 환자에 비해 어린 영유아를 포함한 소아청소년 진료는 치료에 대해 보호자들의 요구도와 민감도, 기대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영유아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심리적 부담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부담감도 소아과를 피하는 이유다.

 

 

소아과 전공의 부족 문제 해결 방법

지금 당장 문제가 되는건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전공의(레지던트)가 부족한 문제이다(동네 로컬 소아과가 부족한 건 일부 지방의 경우 문제가 되는 지역이 있으나, 대부분 지역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문제도 많지만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여러 곳에서 부족한 의사수가 문제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지금 당장 의대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의사수가 바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서구권보다는 적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라 확실하게 적다고 보기도 힘들며 의사수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건강보험료의 증가를 부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또한 우리나라 최고 이익단체인 의협이 목숨 걸고 반대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1. 기본적인 수가 인상

대학병원에서 소아과를 운영했을 때 최소한 적자는 보지 않을 정도의 수가를 보장해야 한다. 미숙아 치료나 중증 소아를 치료하는 일은 엄청난 전문성과 치료 기술, 장비, 인력을 요하는 일이다. 이런 치료를 저렴한 수가로 묶어 놓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증 진료(ex. 감기)에 대한 환자 부담을 늘려서 중증 진료에 투입되는 비용을 늘려야 한다. 기본적인 소아과 수가 인상 없이는 백약이 무효이다. 의사들은 지금 기준 최소 2배의 수가 인상을 원하는 듯싶다. 2배가 무리라면 50%라도 올려줘야 한다.

 

2. 전공의 대신 전문의 채용

대학병원 소아과 전공의를 아무도 하지 않으려하니 당장 필요한 소아과 전공의 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 한다. 이 자리를 이미 소아과 전공의 자격이 있는 의사들로 채우는 방법이다. 전공의가 하는 일은 당연히 전문의가 할 수 있다. 전문의 대신 전공의를 쓰는 이유는 의사를 수련시키려는 이유도 있지만, 돈 문제가 크다. 쉽게 이야기하면 전공의는 싸게 굴릴 수 있고 전문의는 엄청나게 비싸게 굴려야 한다. 전공의 자리에 전문의를 채워 넣으면 병원 입장에서는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정부가 할 일은 이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일단 지금 당장 대학병원에서 소아과 입원 치료가 안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3. 대학병원 전문의 및 교수 자리 확대

위에서 살펴봤듯 소아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TO를 늘림으로써 소아과의 불투명한 미래를 조금이나마 걷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수 TO가 늘어난다면 로컬 대신 갈 수 있는 곳이 더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전공의를 소아과로 모을 수 있게 된다. 정부에서는 대학병원별로 소아과 외에도 다른 기피과의 교수 TO 증가를 강제하고, 대신 대학병원에 이를 유지할만한 지원금을 주거나 수가를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리

어떤 해결책을 선택하더라도 추가적인 비용은 발생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 해결에는 돈이 필요하다. 소아과 전공의 부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저출산 시대에 아기가 아픈데 치료도 안 해준다고 하면 사람들이 아기를 낳고 싶은 사람은 더 줄어들 것이다.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바로 정책 브리핑 기사가 나오고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 같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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