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가성비 분석 - 비싸지만 탈만하다
우리나라 지하철 중에 가장 요금이 비싼 노선 중 하나가 바로 신분당선이다. 신분당선은 현재 서울 신사역부터 수원 광교역까지 총 33.7km 구간을 운행 중이다. 신사부터 광교까지 이용 시 지하철 요금은 교통카드를 기준으로 편도 3,650원에 달한다. 인천공항2터미널에서 서울역까지 총 63.8km를 운행하는 공항철도의 요금이 4,750원으로 더 비싸지만 거리당 요금으로 따지면 신분당선이 더 비싸다. 신분당선의 요금이 비싼 건 민간자본이 투입되어 건설된 지하철이기 때문이다.
요금은 비싸지만 사람들은 신분당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과연 비싼 요금을 내면서까지 신분당선을 탈 이유가 있는 것일까? 신분당선의 가성비를 분석해봤다.
정자-강남구간으로 살펴보는 신분당선 가성비
신분당선 최초의 개통 구간인 정자역부터 강남역까지의 구간을 살펴본다.
신분당선 개통 이전에 이 구간을 이동하려면, 수인분당선 정자역에서 수인분당선을 타고 2호선으로 환승이 가능한 선릉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해 강남역으로 가야 했다. 이렇게 이동할 시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는 39분 정도가 걸린다. 신분당선이 개통된 현재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는 환승 없이 16분이면 갈 수 있다. 신분당선이 약 23분 빠르다.
하지만 시간이 빠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대가는 더 비싼 요금이다. 수인분당선과 2호선을 이용할 시 1,450원이면 갈 수 있지만, 신분당선으로 이동할 경우 2,450원, 1,000원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계산을 시작해본다.
23분 절약에 1,000원이니 시간으로 환산하면 1시간에 약 2,6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시간을 절약한다는 것은 시간을 돈을 주고 산다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신분당선을 탐으로써 1시간에 2,600원 이상의 가치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면 신분당선을 타는게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수인분당선과 2호선을 타는 게 효율적인 선택이 된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9,160원이다. 신분당선을 이용해서 아낄 수 있는 시간에 추가로 일을 할 수 있다면 신분당선을 타는게 6,500원 이상 이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이건 신분당선이 최고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구간에 한정된 계산이며 이용하는 구간에 따라서 액수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 만약 이매-강남 구간을 이용한다면 가격 차이는 똑같이 1,000원이지만 소요 시간 단축 효과는 10분밖에 되지 않는다. 1시간 기준이 6,000원이 돼버리기 때문에 신분당선 이용을 보다 더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된다.
정리 - 신분당선, 비싸지만 가치 있음
신분당선을 이용하여 아낄 수 있는 시간에 굳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이 시간을 보다 행복하게, 유익하게, 재충전하며 보낼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다.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단 1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신분당선을 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부자는 돈과 시간 중에 돈보다는 시간을 아낄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출퇴근 시간에 신분당선 전동차가 사람으로 터져나가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을 둔 의견이지만, 한 번 신분당선의 빠름을 경험한 이상 이 빠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KTX가 생기고 더 이상 부산 갈 때 무궁화호를 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신분당선을 안 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