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식료품 물가가 비싼 이유(ft. 경쟁 피하는 사회)
우리나라의 물가는 저렴한 것도 있고 비싼 것도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고 평가받는 것은 전기나 가스, 수도 등의 유틸리티 요금과 월세, 대중교통이나 택시 요금 등의 교통비이며 반대로 비싸다고 평가받는 것은 마트에서 구입하는 식자재의 가격이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식자재 가격과 이와 관련된 가공 식품 및 외식 비용 등이 크게 오르면서 월급이 올라도 오른 것 같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가 비싼 이유에 대해 정리해봤다.
물가가 비싼 나라들의 공통점 3가지
우선 전세계적으로 식료품 물가가 비싸다고 평가 받는 나라들의 공통점 3가지를 찾아본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아래와 같다.
- 소득이 높다
- 섬이다
- 규제가 많다
위의 공통점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3개 나라가 스위스,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는 인구 5천만이 넘어가면서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가는 30-50 클럽에 가입한 전세계에서 7개 밖에 없는 나라 중 하나다. 북한과 맞닿아 있지만 휴전선 때문에 사실상 섬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온갖 규제가 정말 많다. 각종 규제 때문에 글로벌 플랫폼들이 살아남지 못하고 철수하는 무덤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구글 지도, 구글 페이, 애플 지도는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고 트위치는 최근 떠났으면 멀게는 까르푸와 월마트, 시티은행까지 우리나라를 떠났다.
그리고 이 규제가 바로 우리나라 물가를 높게 유지시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
규제가 물가를 비싸게 만드는 이유
그럼 규제는 왜 물가를 비싸게 만드는가?
규제 자체가 비용이기 때문이다. 규제는 일종의 거쳐야 할 절차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절차가 늘어나면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는건 기본적인 상식이다.
규제는 시장의 신규 경쟁자를 막는 역할도 한다. 규제가 진입 장벽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유 경쟁을 표방하는 나라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분야에서 경쟁이 아닌 과점이 일어나고 있다. 경쟁자가 들어올 수 있으니 기존 시장참여자가 다 해먹을 수 있다. 경쟁이 없으니 가격이 내려가지를 않는다. 단통법, 도서정가제 등의 제도(라 쓰고 규제라 읽는다)를 도입해서 싸게 살 수 있는 물건도 비싸게 사라고 만드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사회 전반에서 경쟁을 피하기 위한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쯤되면 온정적 시장주의인가?
경쟁 피하는 사회 - 물가상승은 부작용
국가 시스템이 상당수의 분야에서 경쟁을 피하면서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주는대신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커지게 되어있다.
경쟁이 없어서 생기는 또 하나의 문제는 생산성 향상이 없다는 것이다. 경쟁이 있어야 비용을 낮추고 품질을 올리는 경쟁의 순기능이 발생하는데 경쟁이 없거나 치열하지 않으니 품질 개선에 대한 동기가 약하다. 생산자 입장에선 그냥 과거에 하던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분야가 바로 농업이다. 농업은 우리나라 산업 분야에서도 가장 폐쇄적인 분야로 신규 플레이어의 진출이 사실상 봉쇄되어 있는 곳이다. 들어올 일도 없겠지만 외국 기업도,국내 대기업도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농업에 대기업들의 자본이 진출해 경쟁이 시작된다면 농산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대규모 기업농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반작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경쟁을 필연적으로 패자를 만들고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낮은 누군가는 시장을 떠나야 하고 고통을 겪어야한다. 우리나라는 IMF를 너무 세게 맞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고통에 정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쟁을 통해 누군가는 겪어야 할 고통을 줄이는 대가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비싼 물가를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
이제 국민들은 선택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소수 집단의 유지를 위해 다수가 고물가로 희생해왔던 관습을 벗어던지고 개혁과 개방, 규제 혁신을 통해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지금과 같은 사회를 유지할 것인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