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권 도입 역사와 재추진 가능성(10만원권 장점과 단점)
우리나라의 최고액권은 2009년 발행된 5만원 지폐이다. 5만원권 지폐 발행 당시 한국은행에서는 10만원 지폐도 같이 발행하려고 했었으나, 여러 이유로 무산되었고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만원권은 최고액 지폐로 남아있다. 그러나 여전히 10만원 지폐 발행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10만원권 지폐 도입의 역사와 필요성, 재추진 가능성에 대해 정리해봤다.
10만원권 지폐 발행의 역사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물가도 상승했다. 그러나 화폐의 액면 최고 금액은 여전히 1973년에 발행된 10,000원이었다. 1973년 이후 2007년까지 물가는 12배 이상, 국민소득은 150배가 올랐는데, 은행권 최고 액면금액이 너무 낮아서 우리 사회가 부담하고 있는 국민경제적 비용과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계속되었다.
고액을 현금으로 지불하기 위해 자기앞수표가 널리 사용되었고, 수표의 발생, 지급, 교환, 전산처리 등에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위조 수표 문제도 잊을만하면 등장했다.
이에 한국은행에서는 2007년 5월, 고액권 발행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10만원권과 5만원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하고, 규격과 색상, 디자인 등에 대해서 검토를 마친 후 2009년 상반기 중으로 발행하는걸 목표로 삼았다. 화폐에 등장할 인물로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등 10명을 선정하고 논의 끝에 10만원권에는 백범 김구를,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을 넣기로 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5만원권은 발행되어 사용되었지만, 10만원권은 갑작스럽게 발행이 취소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고액권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뇌물로 인한 부정부패 조장이었다. 만원짜리 지폐를 가득 담은 사과박스 3박스가 10만원권이 생기면 박카스 1박스면 되기 때문에 뇌물이 공공연해질 것이라는 논리였다. 결국 한국은행은 10만원권 발행을 중지했고, 지금까지도 10만원권은 발행되지 않고 있다.
당시 예상되던 10만원권 도안은 아래와 같다.
끝나지 않은 10만원권에 대한 미련
비록 10만원권 발행은 무산됐지만, 여전히 10만원권 발행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5만원권이 발행된지 14년이 지난 2023년 기준, 화폐 발행 잔액에서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다. 1조원의 화폐를 발행한다고 하면 이 중 9,000억원은 5만원권으로 발행된다는 의미다. 반면 1만원권의 비중은 10% 아래로 떨어졌고, 5,000원권과 1,000원권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발행 14년만에 5만원권이 축의금과 조의금, 명절 용돈에 일상생활의 현금 지급 용도로 5만원권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10만원권이 도입되면 5만원권을 사용했을 때보다 지갑의 부피를 더 줄일 수 있고, 더 편하고 가볍게 더 많은 금액의 현금을 보관할 수 있게 된다. 엑면가가 커지는만큼 화폐 발생 장수도 줄기 때문에 화폐 발행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갖 페이류 결제가 대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현금을 결제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은데 10만원권 발행은 이런 사람들에게 결제 편의를 높여준다. 10단위 화폐이기 때문에 계산도 쉽다. 잊을만하면 10만원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10만원권에 대한 여전한 우려
그러나 모두가 10만원권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발전되고 과거에 비해 많이 투명해지면서 부정부패가 두려워서 고액권을 발행하지 못하는 시기는 지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고액권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축의금과 조의금, 조카 용돈에서 1만원권이 설 자리를 잃었듯이, 10만원권 발행은 5만원권의 설 자리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3만원 줬던 걸 5만원 줬어야 했고, 이제 10만원권이 나오면 5만원 줄 것을 10만원 주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이미 인플레이션으로 10만원 주는 시대가 온 것 같기는 하다).
5만원권이 추진되던 14년 전과 달리, 스마트폰을 이용한 다양한 결제 방식이 보편화 된 것도 10만원권 발행을 망설이는 이유이다. 사람들이 결제 용도로는 현금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고액권 발행의 효용이 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만원권이 만들어져서 생겨나는 효용보다 오히려 자금 세탁이나 불법 자금 보관용으로 10만원권이 악용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어서 10만원권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리디노미네이션
우리나라 화폐 단위인 '원(₩)'은 숫자가 큰 화폐에 속한다. 외국 화폐와 비교했을 때 같은 크기의 금액을 나타내기 위해서 0을 많이 붙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달러와 비교해보면 달러는 1달러 한 자리로 표현되는게 우리나라에서는 1,350원 4자리로 표현된다. 25,000동으로 표시되는 베트남 동에 비하면 나은편이지만, 단위가 커 불편한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개념이 리디노미네이션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단위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1,000원을 1원이나 10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낯선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미 시행된 적이 있다. 과거 1953년 100원을 1환으로, 1961년에 10환을 1원으로 변경한 것이 그것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을 하게 되면 계산이 편해지고 지급상의 불편함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 회계 기록도 간소화되고 기존 화폐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지하경제에 숨어있던 자금들을 양지로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반면 화폐 단위 변경에 따른 혼란과 이로 인한 사회 불안, 화폐 발행 비용 증가, 화폐 단위 변경으로 인한 각종 비용 발생, 물가 상승 압력 강화 등의 단점도 있어서 쉽게 하기는 어려운 사업이다.
정리
우리나라는 장래에 10만원권 발행을 추진하든지, 아니면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화폐의 단위를 변경하든지 하는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물가는 계속 올라갈 것이고 5만원으로도 비용을 지불하는데 불편한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최고액권 화폐가 100, 1000, 10000 등 이기 때문에, 5단위로 끝나는 우리나라의 화폐 구조가 불안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물가가 올라가면서 긴 자릿수에 대한 불편도 지속될 것이고 이와 같은 불편을 줄이기 위해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언제가 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사회적 혼란을 줄이면서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시행 전 치밀한 검토와 시뮬레이션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