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개월 아들 발달 기록(ft. 만 4세 숫자 세기 수준, 두 발 점프, 어른 변기 사용)
네 돌을 지나 50개월을 향해 크고 있다. 5개월도 아닌 50개월이라니,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났다. 나는 점점 흰머리가 많아지고 허리가 아프면서 늙어가지만, 아들은 점점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이 많아지며 자라간다. 늙어가는 것이 그저 슬프지만은 않은 이유이다. 이번 글에서는 49개월 아들의 발달 모습을 기록해본다.
숫자 홀릭
아들이는 하나에 빠지면 하나만 파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국기에 대한 관심이 다소 시들어지더니, 숫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버스의 번호는 뭐든 물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저 빨간버스는 몇 번이야?”, “저 초록버스는 몇 번이야? 220번 맞아?”, “51번이다!!” 이런 식으로 버스 번호에 대한 관심을 지대하게 갖는다. 집에서는 숫자를 세면서 논다. 십단위 숫자 세기는 마스터했고, 백 단위 숫자 세기에 도전하고 있다. 천 단위와 만 단위 숫자를 말하기도 해서 놀란적이 있다. 유치원 특별활동 시간에도 숫자에 대한 관심은 계속된다. 수학 특성화 선생님이 아이가 숫자를 또래에 비해 많이 안다며 칭찬해주셨다고 한다. 이쯤되면 숫자 다음에는 무엇에 빠지게 될지 궁금해진다.
킥보드 업그레이드
생일을 맞아 킥보드를 업그레이드 해주었다. 기존에 타던 마이크로 미니에서 마이크로 맥시로 바꿔준 것이다. 마이크로 미니와 맥시는 가격에서부터 성능, 주행 안정감, 구조까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았다. 킥보드를 바꿔주니 킥보드를 더 잘타는 것 처럼 느껴진다. 주행 안정감이 더 생겨서 보다 쉽게 타는 느낌이 든다. 비록 아직 내리막 길에서는 컨트롤이 제대로 안 되어서 넘어지기도 하고(내리막길을 내려가며 인도 경계석과 부딪혔는데 킥보드가 충격을 흡수해서 망정이지 크게 다칠뻔했다), 앞을 잘 보지 않고 가다가 사람들과 부딪힐뻔 한적도 있다. 그래도 킥보드를 처음 탈 때는 방향을 못 바꿔서 내려서 방향을 바꾸고 다시 탔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참 많이 컸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조금씩 큰다.
어른 변기에 대변 도전
어른 변기에 앉아서 대변보기를 성공했다. 의도한 일은 아니었다. 아들이는 안양 할아버지네 집에 가서 똥이 마려웠다. 거의 모든 대변은 집에서 보는데, 타이밍이 꼬인 것이다. 대변은 싸고 싶었지만 아기 변기도 없고, 심지어 화장실도 낯선 곳이다. 아들이는 낯선 것에 약하다. 해보지 않은 것, 처음 보는 사람 등을 무서워한다. 길을 가다가 모르는 할아버지들이 인사를 하면 엄마, 아빠 뒤에 숨을 정도다. 낯선 화장실 어른 변기에서 대변을 봐야하니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다. 당연히 대변은 잘 나오지 않았고, 배는 아팠기 때문에 울면서 똥 안 싼다고, 그래도 똥은 마렵다며 되도 않는 대환장 파티를 벌였다. 엄마는 아들이를 어른 변기에 앉히고 떨어지지 않게 잡아줬다. 괜찮다고 안심을 시키면서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줬다. 한 20분을 그렇게 씨름한 결과 아들이가 어른 변기에서 대변보기를 성공했다. 한 번 나오니 처음이 어렵지 뒤에는 쉬웠다. 꽤나 많은 양의 대변을 보고 아들이는 텅 빈 배와 시원한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집에서도 어른 변기에서 대변보기를 몇 번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아기 전용 변기가 편한지 아기 변기에서 더 많은 대변을 보고 있는 중이다.
두발 점프 성공
운동 신경이 둔해서 올해 5월부터 동네 유아 체육학원을 다니고 있다. 만 3세부터 사교육이라니… 참 시기적으로 이르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필요한 서비스가 주변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의 1차 목표는 두 발 모아 점프뛰기였다. 원장님이 늦어도 3달이면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몸이 둔한 우리 아들이에게는 통용되지 않았다. 재등록을 앞둔 시점에 진척이 없자 원장님이 불안하셨는지, 아들이를 위한 두 발 뛰기 특훈 수업을 진행하셨다. 플라스틱 링에 두 다리를 끼우고 점프를 뛰는 활동이었다. 플라스틱 링 때문에 두 다리를 분리시킬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시에 점프를 뛰어야 했다. 처음에는 잘 못했지만, 이내 두 발 뛰기를 성공했다. 플라스틱 링을 빼고도 두 발 뛰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럴거면 진작에 좀 해주시지… 이후에도 잘은 못하지만 이전보다는 나은 두 발 뛰기를 보여주고 있다. 만 3세 아이들은 잘만 하던데… 운동 신경이 너무나도 둔해서 걱정인 49개월 아들이였다. 엄마와 아빠를 닮아서 운동 신경이 부족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추측만 하고 있다(엄마와 아빠는 운동을 매우, 정말, 몹시도 못한다).
아보카도 심기와 아보카도 씨앗 친구들
아들이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보카도를 먹고 싶다고 했다. 마트에 아보카도를 사러 가서 아보카도를 맛있게 먹었다. 아보카도를 먹고 나서 거대한 씨앗이 남았다. 엄마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블로그들을 보니 씨앗에서 싹을 낼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엄마는 실제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씨의 껍질을 까고 물을 적신 휴지 속에 넣어 씨앗을 불렸다. 이후 씨앗 아래쪽을 3분의 1정도 잠기게물에 담가놓고 뿌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한 2주를 놓아뒀더니 실제로 씨앗 안에서 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기한 모습이었다. 한 번 나온 뿌리는 꽤나 빠르게 성장했다. 적당히 크면 흙으로 옮겨줘야 한다고 해서, 다이소에서 배양토와 화분, 물받침을 사서 아보카도 씨앗을 옮겨주었다. 그러고 또 2주가 지나니 씨앗이 올라왔다.
하나의 아보카도 씨앗은 이렇게 심어서 새로운 생명이 되고 있다. 나머지 아보카도 씨앗들은 아들이의 친구가 되었다. 아보카도 씨앗들 각각 이름을 지어서 사람처럼 가지고 놀고 있다. 놀이에 따라 아보카도 씨앗의 이름이 바뀐다. 나는 기억 못하는데 아들이는 기억력도 좋은지 이름을 그때 그때 다 기억한다. 아보카도 씨앗들과 함께 이불 비행기를 타고 조지아도 가고, 헝가리도 가면서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