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 청산 시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처리 관련 담당자 통화 내용 정리(ft. 해지환급금)
MG손해보험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경영 악화로 매각을 추진 중인데 노조의 반대로 매각에 차질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이 되지 않으면 청산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손해보험사가 청산에 들어간 이력이 없어서 우려가 더 커지는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MG손해보험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로써 MG손해보험 청산 시 생기는 일들을 담당자와의 통화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해봤다.
MG손해보험 - 역사
MG손해보험이라는 회사의 역사는 말 그대로 부실의 역사이다. 2001년부터 MG손해보험의 전신인 국제화재 시절부터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다. 2001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주인이 바뀌면서 그린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이때도 경영 상태가 엉망이었다. 결국 2012년 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재지정되었고 공개매각이 추진된다. 2013년, 사모펀드와 MG새마을금고에 매각되었고 이때부터 MG손해보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MG손해보험은 출범 이후에도 경영 상태를 개선하지 못하고 2020년 JC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에 다시 매각된다. 따라서 지금 MG손해보험은 MG새마을금고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봐야한다. 새로운 주인인 JC파트너스 역시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는지 MG손해보험은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었다.
MG손해보험은 지난 25년간 부실금융기관이라는 딱지를 땐적이 없는 말 그대로 손해보험계의 문제아 같은 회사였다.
MG손해보험 - 현황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강제매각 조치가 시행된다. 지금까지 MG손해보험의 계속 소유주가 바뀌어왔던 이유다. 이번에도 매각을 추진 중이었고 보험업계의 신흥 강자인 메리츠화재가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듯이 MG손해보험 노조에서 메리츠화재의 실사를 방해하며 "전원 고용승계가 아니면 매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결국 메리츠화재는 2025년 3월 MG손해보험의 인수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MG손해보험 매각이 불가능해지면 남은 절차는 청산이다. 청산은 기업을 없애는 것이다. 보험사가 없어지니 보험 가입자들도 보험 계약이 자동 해지된다. 보험사에서 받을 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 원까지는 보장되니 이보다 받을 돈이 적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5,000만 원보다 받을 돈이 많다면 그때부터는 진짜 문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5,000만 원이 넘는 가입자가 1만 명이 넘고, 금액도 1756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한 마디로 노조의 몽니가 MG손해보험 124만 보험 가입자에게 큰 손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MG손해보험 청산 시 1세대 실손보험 처리
나는 MG손해보험의 전신인 그린손해보험 시절에 가입한 그린라이프원더풀G4라는 1세대 실손보험을 가지고 있다. 보험금은 한 달에 5만원 정도로 20년 가까이 내는 중이다. 지금까지 낸 보험금만 1,000만 원이 넘는다. 아직 나이가 젊은편이라 실손보험금을 청구해서 받은 거라곤 도수치료 한 번 10만 원이 거의 전부이다. 현재 4세대 실손보험 보험금이 1~2만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래에 쓰일 것을 감안하고 지금 비싼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보험사가 청산해버리면 문제가 많이 생긴다. 보험사가 없어지니 내가 가입한 1세대 실손보험도 자동 해지된다. 1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좀 비싸긴하지만 본인 부담금이 없는 사기적인 보험이다. 1세대 실손보험은 지금 신규 가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난 강제적으로 다른 보험사의 4세대 실손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납입금은 싸지만 자기부담률이 높고 보장 범위도 좁다.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중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금까지 낸 돈의 문제이다. 1,000만 원을 넘게 냈는데 무배당 형식이라 돌려받을 돈이 많지 않다. 보험사에 문의하려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30분을 기다려도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있는 전자민원을 통해 아래와 같은 내용의 민원을 넣으니 1시간도 되지 않아 내게 전화가 왔다. 보험사 담당자가 이야기하기를 보험사가 청산되어 계약이 해지될 경우 680만 원 정도를 돌려준다고 한다. 지금까지 낸 돈의 절반 정도의 원금만 돌려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간 이자까지 감안하면 손해는 더 커진다.
담당자는 지금까지 손해보험사가 청산된 일이 없고 원만하게 협의 중이니 믿고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원만하게 돌아가지 않으니 문제이다. 노조가 배짱을 부리는 이유도 지금까지 손해보험사가 청산된 전례가 없으니 어떻게서든 자기들이 구제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리
부디 MG손해보험 노조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기를 바라본다. 보험사가 청산되면 모두 직장을 잃는다. 그러나 다른 보험사에 인수되면 그중 일부는 직장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그 일부에 내가 속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제로보다는 누군가라도 살아남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열린 자세로 최대한 고용승계를 얻어내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해야지 여지 없이 버티기만하면 본인들도 손해고 무엇보다 124만 MG손해보험 가입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과 같다. 한때, 아니 지금도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잘해주지는 못할 망정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고 있는 판국이니 뭐하는 상황인가 싶다.
부디 금융위원회 주도로 협상이 잘 진행되어서 MG손해보험 인수가 잘 마무리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