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과 비교한 우리나라 물가 수준 - 고물가 이유와 대책(ft. 한국은행)
요즘 들어 한국의 물가 수준이 높다는 기사가 언론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과거 10년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고물가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고물가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풀린 통화들이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EIU에서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물가 수준을 OECD 평균과 비교해서 발표한 자료가 화제다. 우리나라 물가가 얼마나 높은지 자료를 참고해서 정리해본다.
우리나라 물가 수준 OECD 평균과 비교 자료
World Bank ICP의 2021년 민간소비지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조사 대상인 195개국 중 27위로 높은 수준이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다 보니 물가 수준도 어느 정도는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OECD 평균을 100이라고 봤을 때 우리나라 주요 품목들의 물가 수준은 다음과 같다.
- 의류와 신발 - 161
- 식료품 - 156
- 의식주 - 155
- 주거비 - 123
- 공공요금 - 73
- 기타 - 97
구체적인 품목들의 물가 지수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사과 - 279
- 골프장 이용료 - 242
- 티셔츠 - 213
- 돼지고기 - 212
- 남자 정장 - 212
- 감자 - 208
- 원피스 - 186
- 오렌지 - 181
- 소고기 - 176
- 수도료 - 58
- 전기료 - 52
- 외래 진료비 - 42
- 인터넷 사용료 - 40
우리나라 물가의 특징
위 자료를 통해 봤을 때 우리나라 물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비싼 필수 소비재 가격
우리나라 물가는 식료품이나 의류 같은 필수 소비재 가격이 다른 OECD 국가 평균 대비 매우 비싼 편이었다. 사과, 돼지고기, 감자, 오렌지, 소고기 같은 주요 식재료들은 모두 평균보다 비쌌다. 티셔츠, 정장, 원피스 같은 의류와 신발도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상대적인 식료품과 의류 물가는 과거보다도 더 비싸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필수 소비재가 비싼 이유로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복잡한 유통 구조, 영세농 중심의 비효율적인 농업 시장, 비개방적이며 과점 중심 시장 구조, 백화점 같은 고마진 유통 채널의 비율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2. 저렴한 공공요금
반면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저렴한 물가도 있었으니 바로 전기나 수도, 가스 같은 공공요금이었다. 전기와 수도, 가스 같은 공공요금이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는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의도적으로 공공요금 인상을 억눌러왔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의 공기업은 엄연히 상장된 기업임에도 판매하는 전기나 가스의 가격을 기업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주주에게 손해를 안기면서까지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게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공공요금은 낮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공공요금이 낮은데도 평균 물가가 이 정도니, 공공요금까지 높았으면 얼마나 물가가 높아졌을지 궁금해진다.
고물가 대책
한국은행에서 제시한 고물가 대책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농산물 수입 확대
농산물은 구조적으로 수요에 맞게 능동적으로 공급을 조절하기 어렵다. 수요가 늘었다고 열리지도 않은 사과를 공장에서 찍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공급 부족 시 가격이 크게 오르는데 부족한 공급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수입 확대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농산물 수입에 매우 인색한 나라다. 다른 나라에서 사과 수입 허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사과 수입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국내 농산물 생산 농가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하에 국민들이 높은 농산물 물가를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2. 유통구조 개선
농산물이나 공산품의 유통구조 개선도 물가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대책이다. 유통 단계를 거칠 수록 수수료 명목으로 가격이 증가하는 건 상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직거래가 싼 이유는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서 유통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유통 단계를 줄이고 고마진 유통 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새로운 유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물가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기득권이 쉽게 현 구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누군가는 복잡한 유통 구조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순순히 수익을 포기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개혁은 누가 하든 언제나 힘든 법이다.
3. 공공요금 현실화
식료품이나 의류 같은 물가가 너무 높아서 낮춰야 한다면, 반대로 너무 낮은 공공요금은 인상해서 현실화시켜야 한다. 지금과 같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공공요금이 지속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산유국도 아니고(미래에는 될 수 있다고 하지만) 땅 파서 장사하는 나라는 아니지 않은가.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면 공공요금 현실화는 필연적이다. 대신 공공요금만 현실화하면 부담이 커질 테니 다른 품목들의 물가 상황을 봐가며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