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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의 정석 - 잘 쓴 사과문의 특징(feat. 이재용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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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웹툰작가와 특수교사 사이의 일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시시비비는 재판 결과가 나와봐야 가릴 수 있겠지만, 이미 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여론은 특수교사 쪽으로 기운 느낌이다. 웹툰작가는 자신의 입장문을 두 번에 걸쳐 표명했는데, 입장문을 낼 때마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웹툰작가의 이번 2차 입장문 내용에서는 특수교사의 지도를 받고 있었던 다른 학생들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웹툰작가의 입장문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건, 이 글이 사과문의 정석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사실 대중이 원하는 건 사과인데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욕을 먹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생명 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이었던 이재용 이사장이 발표한 사과문을 살펴보며 잘 쓴 사과문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이재용 사과문

먼저 2015년 이재용 이사장이 언론에 발표했던 사과문의 전문 내용을 살펴본다.


謝過 드립니다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특히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 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환자 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 하겠습니다.

저희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 병실도 충분히 갖춰서 환자 분들께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이런 감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 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메르스로 큰 고통을 겪고 계신 환자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https://youtu.be/oDALlpL_cJk?si=_9OrVHS3U5q9rhlH
출처 : 연합인포맥스(http://news.einfomax.co.kr)

 

잘 쓴 사과문의 특징

이재용 이사장의 메르스 사과문을 다시 살펴보면서 잘 쓴 사과문의 특징을 정리해 본다.

 

1. 잘못에 대한 인정

먼저 글의 서두에 "사과드립니다",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와 같이 죄송함을 언급하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었다. 이를 통해 본 글이 사과문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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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성 표현

"저희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라는 문장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데 이어 잘못한 점을 반성하고 책임을 표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사과문에 신뢰감을 주고 있다.

 

3. 사과 대상 명시

위 사과문에는 "특히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 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라고 구체적으로 사과를 하는 대상이 표현되어 있다. 두리뭉실하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대상을 지칭함으로써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마음의 응어리를 녹이는 효과가 있다.

 

4. 어떻게 할 것인가

잘못을 인정한 데 이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이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는 사과문이 좋은 사과문이다. 이재용 이사장 사과문에도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 "메르스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음압 병실도 충분히 갖추겠다" 등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5. 실제 상황과 다르게 알려진 사실 언급

사과를 하는 입장이라도 억울한 일이 있을 수 있다. 사실 관계가 다르게 언론에 알려진 경우가 대표적이다. 위 사과문에도 조심스럽게 의료진이 밤낮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의료진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실제 상황과 다르게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고자 한 것이다.

 

 

 

잘못된 사과문에 들어있는 표현

위와 달리 사과문을 쓸 때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아래와 같은 표현은 사과문에 쓰이면 좋지 않은 표현들이다. 이 표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거나, 상대의 잘못에 대해서도 지적하는 내용들이다. 사과라기보다는 변명이라는 느낌을 주기 좋은 표현이니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 본의 아니게
  • 오해
  • 그럴 뜻은 없었지만 /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 앞으로는 신중하게
  • 억울합니다
  • 하지만

 

사과문은 담백하게, 철저하게 자신의 잘못만, 진심 어린 반성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써야 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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