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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재정 2028년 적자 전환 - 이유와 해결책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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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 Follower 2022.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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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이 2028년부터 적자로 돌아선다고 한다. 2022년 기준 건강보험의 적립금은 약 21조 원 수준이다. 곳간에 쌓여있는 돈이 불과 6년 만에 텅 비게 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8년부터 연간 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도 모자라, 2030년부터는 연간 수십 조원의 적자, 2040년부터는 연간 수 백조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 정말 큰 문제이다. 누적 적자가 아니다. 1년 적자 규모가 수십 ~ 수백조 원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 규모면 국가 예산으로 감당하기 힘든 규모다. 분명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이 급격하게 적자로 돌아서게 되는 이유와 그 해결책에 대해서 고민해보았다.

2019~2028년 건강보험 수지와 누적수지

 

건강보험 적자 전환 - 원인

건강보험이 적자로 전환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인구의 노령화와 과잉 진료가 주요인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전체 인구 비중 중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4%가 넘는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고, 불과 2년 뒤인 2025년에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가 넘어가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노인 의료비 비중은 2016년 약 39%에서 2021년 약 43%로 증가했다. 거의 1년에 1% p씩 증가한 것이다. 노인인구가 많아진다는건 그만큼 의료비 지출액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보험으로 지출해야 할 돈이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것이다.

 

또 다른 건강보험 적자 전환의 주요한 원인은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과도한 의료 쇼핑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광범위한 보장 범위와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를 자랑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 문재인 케어를 정책적으로 진행해 보험 지급 범위를 더 확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인한 문제가 있다. 보장성 확대는 좋은 일이나 문제는 그만큼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부작용이 있으니 바로 도덕적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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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진료나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니 사람들은 보다 적극적인 의료 행위를 하게 된다. 어차피 보험 처리가 되니 큰돈 들이지 않고도 더 많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진료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부담을 덜 가게끔 하는 걸 목표로 운영되는 제도인데, 보장 범위가 확대되고 본인 부담이 줄어들면서 진료가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일단 병원부터 가보고 비싼 검사를 받아보자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퍼지게 된 것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외래 진료를 150회 이상 받은 사람이 19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병원이 주5일 근무이고 공휴일에 쉬는 걸 감안하면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전국에 19만 명이나 된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1년에 외래 진료를 2,050회나 받은 사람이 있다. 하루에 병원을 평균 6곳 이상 가야 나올 수 있는 숫자다(이 정도면 하루 종일 병원만 간 듯).

 

초음파나 MRI 등에도 보험이 적용되니, 이전이라면 사람들이 비용 때문에 엑스레이나 CT를 찍었을 걸 보험 덕에 초음파나 MRI를 찍게 된다. 따라서 초음파와 MRI에 들어가는 의료비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초음파나 MRI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꼭 찍어야겠으나,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초음파나 MRI를 찍는다는데 있다.

이와 같은 모습에 불을 지핀 게 있으니 바로 개인 실손보험이다. 실손보험은 개인의 의료비 중 일정 비율을 보전해주는 보험 상품이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3,900만 명에 가깝다고 하니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실손보험이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을 부른다는 점이다. 내가 쓴 치료비에 대해 보험 처리가 되니 사람들은 더 비싸고 좋은 치료를 선택한다. 병원에서도 이를 알고 더 비싼 치료, 과잉 진료를 권한다.

 

보험료 지출이 많아지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을 팔수록 손해가 된다. 2017년에서 2022년 사이 10개 보험사가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포기했다. 보험료 지출이 늘어나니 당연히 보험료는 계속 오르고 보험 혜택은 점점 줄어든다. 실손보험이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로 가면서 보장성이 축소되는 이유다. 지금 당장은 저렴한 비용으로 더 비싼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좋겠으나, 이런 일이 계속되면 보험료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장기적으로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게 된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 사례는 백내장 수술 보험금의 급격한 증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 추이, 출처 - 슈카월드

 

2016년에 779억 원 지출되었던 백내장 수술 보험금이 2021년에는 1조 1,500억으로 5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급격한 백내장 수술 증가는 일부 병원과 중개인, 환자들이 결탁해 실손보험을 악용한 보험금 청구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 어차피 실손보험 처리가 되니 환자에게 비싼 치료와 해지 않아도 되는 과잉 진료를 권유하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도 당장 나쁠 게 없으니 마다할 이유는 없다. 보다 못한 보험사에서 과도한 백내장 수술에 대해서 보험금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고 특별신고포상금 제도까지 도입했다.

 

 

건강보험 적자 전환 - 해결책

건강보험 적자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면 된다.

수입을 늘리기 위해 건강보험료나 정부에서 건강보험에 지원하는 예산을 늘려야 하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를 적게 지출해야 한다.

 

수입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 중이다. 건강보험 수입의 원천이 되는 건강보험료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현재 6.99%, 2023년 7.09%의 건강보험료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건강보험료율의 법적 상한선은 8%인데 현재 건강보험 재정 추이를 보면 상한이 8%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료가 증가하면서 정부에서 건강보험에 투입하는 지원금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투입하는 건강보험 지원금이 올해로 만료된다는데 있다. 정부의 지원금까지 사라지면 건강보험의 적자 전환은 더 빨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구체적 방안 마련까지 지원금 중단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다음은 지출을 줄여야 한다. 문재인 케어로 확대된 건강보험 보장성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가장 힘든 문제가 무언가를 줬다가 다시 뺏는 것이다. 아예 안 줬으면 모를까 한 번 준걸 다시 가져가는 것은 정책 대상자들에게 매우 강력한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건강보험 지속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가벼운 병(감기 등)에 대한 개인부담금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험은 큰돈이 들어갈 일이 생겼을 때 제대로 도와주는 게 존재 이유이다. 사소한 치료에 대한 혜택은 줄이고, 정말 큰 병, 큰 돈이 들어가는 치료를 하게 되었을 때 제대로 도와주는 게 보험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디 사회적으로 대타협을 이루어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세계의 훌륭한 보건복지 정책의 사례로 남아 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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