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교사 담임수당 액수와 가성비 계산해보기(ft. 초등학교 담임이 하는 일)

학교 일기/교육 이슈

by Path Follower 2022. 9. 13.

본문

반응형

 

초, 중, 고등학교 담임교사에게는 교직수당4라는 이름으로 월 13만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교직수당4는 흔히 담임수당이라고 불리는 수당이다. 담임수당이라는 이름답게 교사 중에서도 해당 해에 담임을 맡은 교사에게만 지급된다. 그런데 문제는 갈수록 담임수당을 안받는 한이 있더라도 담임을 안하겠다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담임을 맡기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로 담임수당의 가성비 문제를 든다. 노력한만큼 댓가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담임수당의 가성비가 얼마나 좋지 않은지 나름대로 계산해보았다.

 

반응형

 

담임수당 액수 계산

 

담임수당은 한 달에 13만원으로 정해져있다. 규정에 나와있어서 학교에서 임의로 액수를 줄이거나 늘릴수 없다(이게 가능했다면 차라리 문제 해결이 쉬웠을 것이다. 학교 내에서 학년별로 담임수당을 차등화하면 나을테니). 한 달에 13만원이니 일년이면 156만원이다. 156만원을 상세히 쪼개어본다. 만약 1년을 365일로 본다면, 하루에 받는 담임수당은 4,273원이다. 만약 1년을 방학이나 공휴일, 휴업일을 제외한 수업일수(190일로 가정)로 본다면 하루에 8,210원 꼴이다. 담임수당의 가성비를 따지려면 담임이 담임으로서 해야하는 업무가 하루에 4,000원 ~ 8,000원 정도의 금액과 상응하느냐를 비교해보면 된다.

 

 

초등학교 담임이 해야 할 일

우선 법규를 살펴보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는 담임교사(학급담당교원이라고 표기되어있다)의 역할을 "학급을 운영하고 학급에 속한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과 그와 관련된 상담 및 생활지도를 담당한다"라고 되어있다. 법에서 정한 담임교사의 4대 업무는 학급운영, 교육활동, 상담활동, 생활지도이다. 

 

그런데 이 4가지가 고작 한 문장에 표기될 정도로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교육활동만 봐도 범위가 엄청나다는걸 알수 있다. 기본적인 수업과목만 10가지(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실과, 체육, 음악, 미술, 영어)에 창의적체험활동까지 담당해야 한다. 교과전담 교사가 2~3가지 과목을 가르쳐 준다고 해도 7~8개 과목은 담임교사의 몫이다. 한 차시 수업을 준비해서 여러 반에 사용할 수 있는 교과전담교사와 한 차시 수업을 준비해서 우리 반에서만 딱 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담임교사의 수업 준비 난이도는 차원부터 다르다.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한 지도도 담임교사가 해야 할 일중에 하나다. 연초의 성취도 평가부터 부진학생 지도 및 관리 일지 작성까지 해야한다. 평가도 교육활동에 속한다. 담임교사가 가르치는 모든 과목에 대하여 수행평가와 과정중심평가를 계획에 의거하여 실시해야 한다. 실시하고 나이스에 기록하고 학부모에게 통지까지 해야 한다. 코로나로 뜸했지만 담임교사는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체험학습과 수련회, 수학여행도 참여해야 한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이정도다.

 

학급을 운영하는 일도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는 업무이다. 담임교사는 20명이 넘는 집단을 1년간 이끌어 가야하는 감독이다. 집단 구성원 내에서 발생하는 역학을 이해하고 갈등 예방을 위해 적재적소에 개입하며 구성원의 사기를 높이고 학급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관리해야 한다. 글로 보면 쉬워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결코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학급회의, 학급임원선거, 전교임원선거, 1인1역 정하기, 하물며 자리 바꾸기처럼 사소한 일까지도 담임교사가 관리하고 해야하는 업무이다.

 

문제는 교육활동과 학급운영은 담임 업무 중 아주 일부라는 점에 있다. 진짜 힘든건 상담활동과 생활지도다(대부분 교사들이 담임 업무를 기피하는 원인이다). 상담활동은 학생에 대한 상담과 학부모에 대한 상담으로 나뉜다. 학부모에 대한 상담은 학기에 한 번 정도 실시되는 학부모 상담 주간에 주로 이루어지나, 학생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했을 경우 수시로 진행된다. 학부모 상담 주간 일주일은 초과근무가 당연시 될 정도로 많은 시간을 상담준비와 상담에 쏟아야 한다.

 

학생 상담은 담임 교사가 맨날 하는 일이다.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훈육하고, 학생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학생을 칭찬해주고,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에 학생과 일어나는 모든 대화가 상담이다. 담임교사들의 쉬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상담 시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담임교사들은 학생들과 이야기하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수업 시간에 특정 학생과 상담을 진행한다면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어 민원 소지가 다분하고 방과후에는 학생들이 학원이나 방과후학교 등으로 바쁘기 때문에 대부분의 담임교사는 쉬는 시간을 상담 시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학생들과 상담을 나누는 대부분의 주제는 생활지도 문제이다. 복도에서 뛰거나, 친구에게 심한 장난을 치거나, 친구에게 욕을하거나, 다른 친구를 뒷담화하거나, 다른 친구의 뒷담화를 당사자에게 전하거나, 단톡방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서로 싸우거나, 따돌림을 시키거나, 물건을 뺏거나 등등의 문제는 거의 매일 교실에서 발생한다. 담임교사는 사안이 생길 때마다 조사관이 되어 당사자, 증인, 참고인, 목격자 등을 조사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이 문제의 함정은 진술 중 상당수가 일치하지 않거나 거짓이라는데 있다...). 시시비비를 가리고 잘못한 것을 깨닫게 하고 사후 재발 방지를 약속하게 하고 생활지도 내용과 상담기록을 다시 나이스에 남기고 하는 일이 매일 교실에서 반복된다고 보면 된다.

 

적자생존. 원노트에 이렇게 적었더랬다.

 

이외에도 담임교사에게 행정 업무가 부과되는 특수한 경우도 있다. 4학년 담임에게는 정서행동검사를 실시해야하는 업무가,  6학년 담임에게는 중학교 배정과 졸업앨범을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부과되기도 한다. 교과전담교사라면 담당하지 않다도 될 일이 추가로 담임교사에게는 생기는 것이다.

 

 

가성비 계산 - 해보나 마나

위에서 언급한 담임교사의 업무는 생각나는대로 써본 것이다. 아마 자세히 생각해서 쓴다면 위 내용의 두 배는 더 쓸 수 있을 것이다. 1년에 156만원. 액수 자많다고 보면 많다고 볼수도 있고 적다고 보면 적다고 볼수 있는 돈이다. 문제는 이 수당이 담임의 역할을 하고 받는 '담임'수당이라는데 있다. 위에서 살펴봤지만 담임이 해야 할 일은 한도 끝도 없다. 그런데 한계가 없는 일에 대해 고작 하루에 1만원도 안되는 돈을 보상이라고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담임수당은 가성비를 논할 가치도 없이 절대적으로 적다는게 이 글의 결론이다. 지금 당장 최소 두 배는 올려야 하고 장기적으로 3배 인상까지도 검토해봐야 한다. 갈수록 담임교사의 책무는 무거워지고 있다. 완도 초등생 가족의 극단적 선택은 참으로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게 담임교사가 체험학습 확인을 제대로 안한데서 발생한 문제인가? 이런데까지 담임교사가 신경을 쓰게 만들면서 정작 담임교사에 대한 대우는 수 년째 변한 것 없이 제자리 걸음이다. 교사들이 그렇게 요구하는 학생생활지도법안도 감감 무소식이다.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힘과 동기, 제대로된 보상을 줄 필요가 있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