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페이가 올해 말 국내에 도입될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현대카드가 애플 페이 측과 국내에 단독으로 서비스를 하는 조건으로 협의를 마치고 국내 VAN사들과 세부적인 결제망 개발 논의 중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코스트코와 협약을 맺어 코스트코에서 애플 페이를 올해 9월부터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기사까지 나왔다(그러나 아직까지 현대카드 측 오피셜로는 사실무근인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삼성 페이는 수 년 전부터 국내에 도입되어 잘 사용되고 있는데 왜 애플 페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사용이 안 되는 것이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봤다.
현재 애플 페이가 사용 가능한 국가는 전세계 70여 개 국에 달한다. 우리보다 경제 사정이 나쁜 중앙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애플 페이가 지금까지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결제 방식과 여기에서 비롯된 수수료 및 각종 비용 때문이다.
애플 페이의 결제 방식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근거리무선통신(NFC)라는 기능을 사용하여 결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NFC 방식으로 결제를 하려면 NFC 결제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대부분 단말기는 NFC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전체 가맹점 중 NFC 기능을 지원하는 단말기를 보유한 곳은 1%가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 페이가 대중화되려면 가맹점에 NFC 결제 단말기를 배치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을 누가 댈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던 점이 애플 페이가 지금까지 국내에 도입될 수 없었던 첫 번째 이유다. 반면 삼성 페이는 국내 결제를 기준으로 NFC 결제 방식이 아닌, 일반 마그네틱 카드 결제 방식과 동일한 MST 결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단말기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애플 페이가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때문이다. 삼성 페이를 사용하는 경우, 일반 카드로 사용하나 삼성 페이에 등록된 카드를 사용하나 수수료에서 차이가 없다. 삼성은 삼성 페이 서비스만 제공할뿐 수수료를 통한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애플 페이는 이야기가 다르다. 애플은 삼성과 다르게 애플 페이로 결제한 금액의 일정 부분(0.15%)을 수수료로 가져가기 때문이다.
수수료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애플은 해외 시장에 애플 페이를 출시할 때 몇몇 예외 국가(중국, 일본)를 제외하고는 EMVco와 함께 애플 페이를 출시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EMVco에 줘야하는 수수료가 무려 1%라는 것이다. 참고로 EMVco는 신용카드 결제시장의 표준으로 현재 6개의 글로벌 카드사가 가입되어 있다(국내 카드사 포함 X). EMVco와 제휴한다는 의미는 국내에서 애플 페이로 결제 시 국내망(VAN사나 PC사)이 아닌 해외망을 통해 결제된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EMVco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1%)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애플 페이로 결제 시 국내에 깔린 결제망이 있는데도 해외 결제망을 사용하며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게 부담이었다.
그래서 과연 이 수수료를 누가 부담하느냐가 애플 페이 도입에 걸림돌이 되었다. 애플과 EMVco는 수수료를 받아가야 하고, 이 수수료를 누군가는 내야 하는데 가맹점에 지우자니 가맹점이 애플 페이 결제를 거부할 것이고, 소비자에게 지우자니 소비자가 굳이 돈을 더 내가면서까지 애플 페이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고, 카드사가 부담하자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서 도입이 미뤄져 왔던 것이다.
이제야 애플 페이 도입이 논의되는 이유는 현대카드 측에서 애플 페이 결제에 추가 발생하는 수수료를 모두 카드사(현대카드)에서 부담하기로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측에서 승부수를 띄웠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다. 결제 금액의 1.15%를 애플과 EMVco에 주는 건 카드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이다. 카드사의 평균가맹점수수료율이 2.06%인데 여기서 1.15% p의 비중은 55%에 달한다. 심지어 이 2.06%의 수수료를 카드사 혼자 차지하는 게 아니고 결제사(VAN사나 PG사)와 나눠 갖는다는 걸 고려하면 비중은 더 커진다. 이 정도면 거의 남는 게 없다는 수준을 넘어 손해를 안 보면 다행인 수준이다.
1.15%의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는 아무리 장사를 잘해도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현대카드에서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모종의 계약 내용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쪽으로 가는 수수료는 손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아마 중국이나 일본처럼 독자 규격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EMVco 쪽으로 가는 수수료를 줄이지 않았나 싶다. 만약 진짜 1.15%의 수수료를 현대카드가 전액 부담하는 방식의 계약이라면 현대카드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위와 같은 어려움에도 현대카드가 애플 페이 도입 결정을 하게된데는 아래와 같은 이유가 뒷받침된 듯싶다.
우선 첫 번째로 소비 여력이 큰 젊은 층,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의 아이폰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카드가 국내에서 애플 페이를 독점으로 서비스하게 된다면, 아이폰으로 애플 페이를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은 현대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현대카드의 매출을 크게 올려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비여력이 큰 계층이 아이폰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매출 증가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애플 페이를 통해 카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는 점이다. 2019년 기준 현대카드는 신용카드 업계 4위 사업자이다. 현대카드에선 애플 페이를 통해 아이폰 사용자 점유율(현재 약 20% 초반대로 추정)을 그대로 카드 점유율로 가져와 시장 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듯싶다. 현대카드가 국내에서 애플 페이의 독점적 지위를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독점 기간에 고객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면 애플 측에 주는 수수료가 결과적으로는 손해가 아니라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에 처음 아이폰이 상륙했을 때 KT에서만 서비스가 되었고 이 점이 당시 KT의 이동통신사업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근거가 있다.
올해 말 애플 페이의 도입은 현대카드의 과감한 실험과 도전인 것으로 생각된다. 애플 페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고객을 더 모으겠다는 목표로 애플과 손을 잡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미 현대카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고객을 늘리는 방식의 마케팅을 해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코스트코와 10년 독점 계약을 맺은 것이다. 코스트코는 운영 방침상 한 곳의 카드사만 계약을 하는데, 국내에서는 현대카드와 계약이 맺어져 있어 코스트코에서 카드 결제를 해야 한다면 현대카드만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고객이 확보되는 전략인 것이다.
현대카드가 아무래도 코스트코와의 계약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애플 측에 줘야 하는 수수료 이상의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다. 수수료 문제는 해결됐다 치더라도, NFC 단말기 도입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당 정확히 얼마인지는 몰라도 10만 원씩만 잡아도 100만 대를 보급하려면 1천억 원이라는 비용이 든다. 이걸 현대카드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무리라고 보인다. 아마 가맹점과 일정 비율을 정해놓고 비용을 서로 부담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과정에서 얼마나 잡음 없이 NFC 단말기를 가맹점에 보급할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것 같다.
올해 과연 현대카드의 애플 페이 국내 도입 소식이 오피셜로 뜰지 기대된다. 만약 애플 페이가 국내에 상륙한다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의 최고 강점 두 가지가 통화 녹음과 삼성 페이였는데 삼성 페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이 아이폰에도 생기게 됨으로써 상당수의 유저가 아이폰으로 이동할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써는 일단 애플 페이가 국내에 도입만 될수 있다면 현대카드에게는 이득이 될것으로 보인다. 국내 아이폰 유저들이 바라마지 않았던 기능이고 아이폰 고객의 충성도를 생각해본다면 애플 페이 이용을 위한 현대카드로의 고객 유입이 거의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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