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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개월 아이 응급실 이마 봉합 후기(ft. 분당 제생병원과 전공의 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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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긴장의 연속이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항상 조심하고 신경쓴다고 하지만 언제나 일은 갑작스럽게 생긴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번 글에서는 45개월 아이가 분당 제생병원 응급실에서 찢어진 이마를 봉합하고 온 후기를 남겨본다.

 

분당 차병원 - 응급실 봉합 불가!!

샤워를 하고 있는 중에 화장실 문 밖으로 아기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가보니 아이가 의자에 이마를 부딪혀서 피가 꽤 많이 나고 있었다. 바닥과 매트에 피가 떨어져 있고 아이 얼굴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휴지를 가져다주고 수건으로 몸에 묻은 물기를 대충 닦고 차를 타고 아이가 주로 이용하는 분당 차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미친듯이 오는 날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중에 운전하는 건 처음이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밤, 뒷자리에 피가 철철나고 있는 아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가고 있다니.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과 걱정이 다 들었다. 마음은 급한데 비가 너무나도 많이 와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 병원까지 가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주차를 하고 분당 차병원 소아 응급실에 접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분당 차병원 소아 응급실에 전공의 사직 사태로 응급실에 아이의 상처를 봉합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의료 파업의 여파가 나에게도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응급실 담당 직원은 인근 분당 제생병원에는 봉합이 가능한 응급의학과 의사가 있을 것이니 전화해보고 가라고 했다. 바로 분당 제생병원에 전화를 넣어 확인하니 성형외과 수준의 봉합은 안되고, 일반적인 봉합은 가능하다고 했다. 단, 환자가 많아 대기 시간이 3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했다. 3시간이라는 시간에 순간 머리가 어질해졌으나 찬물 더운물 따질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분당 제생병원으로 이동했다.

 

분당 제생병원 - 응급실 이마 봉합 진료 대기

주차장에서 출발하기전에 분당 서울대병원 응급실에도 전화해서 봉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분당 서울대병원에서도 아이 봉합은 안된다고 했다. 인구 90만 성남시에 평일 저녁 응급실에 아이 이마 상처 봉합이 가능한 의사가 한 명 뿐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봤던 ‘요즘 아프면 큰일난다’는 이야기가 절실하게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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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생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실에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우리보다 앞서 있는 환자는 17명 정도였다. 응급실에는 의사 1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응급실 내부로는 환자와 보호자 1명만이 들어갈 수 있었고, 나머지 보호자는 응급실 옆 보호자 대기실에서 대기해야 했다. 보호자 대기실에는 벽에 달린 티비 화면으로 환자의 치료 현황과 처치 단계가 안내되고 있었다.

 

같이 있던 다른 환자의 보호자들이 하는 이야기 중에는 태권도장에서 다쳐 팔이 골절된 8세 여자 아이, 덥지만 에어컨 바람이 싫다고 에어컨을 켜지 않고 집에 있다가 더위를 먹은 할머니 등의 이야기가 있었다.

 

분당 제생병원 응급실 보호자 대기실
분당 제생병원 응급실 보호자 대기실 내부


아이는 의사가 한 명밖에 없어서 인지, 다른 응급 환자를 먼저 처치하느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응급실에 도착한지 1시간이 넘어서야 초진을 받을 수 있었다. 초진 결과 다행히 심하게 찢어진 것 같지는 않다고 했고, 혹시 모르니 머리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CT까지 찍겠냐고 물었는데 그 정도 충격은 아닌 것 같아서 찍지 않았다.


분당 제생병원 응급실에서 아이 이마 봉합하기

이마 봉합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마취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실에서 하는 어마무시한 마취는 아니고, 수면 내시경을 할 때 사용하는 마취제를 엉덩이 주사로 넣고 봉합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하길래 곧 봉합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안내를 듣고 1시간이 지나서야 마취 주사를 맞고 봉합을 받을 수 있었다. 치료가 끝나고 아내에게 들이니 마취 주사를 맞으면 아이가 눈을 뜨고 잠에 든다고 안내를 받았고, 실제로 아이는 눈을 뜨고 잠 들어서 놀랐다고 한다. 이후 의사가 아이 봉합 과정을 보호자가 직접 보면 놀라 졸도할 수도 있으니 나가서 기다리는 게 좋다고 해서 나와서 기다렸다고 한다(실제로 봉합 과정을 보면서 졸도한 보호자가 있었다고 한다).

 

분당 제생병원 응급실

 

 

45개월 아이 이마 봉합 후기

이마 봉합이 끝나고 아이가 마취에서 깨고 정신을 차리는데 30분 이상 걸린 것 같다. 약한 마취제라고는 하나 마취에서 못 깨어나면 어쩌나하고 아이가 깨어나는 순간까지 걱정을 많이 했었다. 마취를 깨는 데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게 효과적이라고 해서 아내는 아이에게 유튜브로 타요를 보여주었다. 마취 이후 정신이 몽롱한 상태라 아이가 목을 못 가눌수도 있어서 안아줄 때 목을 잘 잡아주라고 안내 받았다. 2시간 동안 물을 줘서는 안되고, 이후 물을 주더라도 조금씩 주라고 했다. 물이 기도로 들어갈 것을 염려하는 것 같았다. 항생제와 약을 받고 응급실에서 짐을 챙겨서 나와 응급실 원무과에서 수납을 마쳤다. 응급실 이마 봉합 치료비는 약 12만원이었다.

실밥을 빼기 전까지 이틀에 한 번 소독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제생병원에서 받아도 되고 동네 외과에서 받아도 된다고 했는데, 제생병원까지 오는게 번거로워서 집 근처에서 받겠다고 했다. 아이는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엄마 품에서 바로 잠이 들었고 그렇게 우리의 힘들었고 걱정스러웠던 하루는 끝이 났다.

 

스크래치 난 아이의 이마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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