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이마가 찢어져 응급실에 다녀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응급실을 방문했다. 이유는 아이의 복통 때문이었다. 아이가 좀 크니 단순히 우는 게 아니고, 자신의 몸상태를 말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틀 연속 자기 전에 응가가 마렵다며 변기에 앉아 배변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응가가 잘 나오지 않으면 울면서 징징거리는데 자기 전까지 잘 놀다가 자기 전에만 배가 아프다고 하니 처음엔 자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3일째 되는 날인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응가가 마렵다며 배변을 시도했지만 또 실패했다. 꾀병은 아닌 것 같아서 병원에 가보게 되었다.
분당 차병원에는 소아 전용 응급실이 있다. 아이가 분당 차병원에서 발달 관련 치료를 받고 있기도 하고, 과거 열이 많이 나 구토를 했을 때도 새벽에 한 번 와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있다. 아이가 아프면 거리는 좀 있지만 소아 관련 전문 처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분당 차병원 소아 응급실로 달려가고 있다.
2023.09.02 - [육아 일기/좌충우돌 아빠의 육아휴직] - 분당차병원 새벽 아기 소아응급실 방문 후기(아기 구토와 관장)
일요일 아침 소아 응급실은 다소 한산했다. 접수를 하니 우리를 제외하고 5명 정도의 아이들이 진료를 받거나 진료 대기중이었다. 응급실 앞에 앉아서 기다리니 초진을 받을 수 있었다.
초진을 받고 조금 더 기다리니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아이는 아내와 함께 들어갔는데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의사가 "아이의 배에서 배변 덩어리가 만져진다"라고 했다고 한다. 음... 그랬다. 응가가 안나오고 배가 아프다는 아이의 말은 사실이었다(아빠가 꾀병으로 의심해서 미안하다 아들아...).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자고 했고 곧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었다. 엑스레이를 찍고도 조금 더 대기해야 했다. 대기 시간이 있기는 했지만 분당 차병원 소아 응급실 앞에는 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계속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티비가 있어서 아이는 전혀 지루해하지 않았다. 그냥 티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으면 되었다.
기다리고 있으니 아이 이름이 호명되었고 엑스레이 판독 결과 대장에 응가가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치료법은 관장이었다.
응급실 옆 처치실로 가서 아이를 눕히고 항문에 관을 연결한 후, 관을 통해 관장약이 주입되었다. 그리고 이내 나오려는 것들과 막으려는 자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약은 효과가 좋았다. 약을 넣고 1~2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아이가 응가를 해야 한다며 화장실로 가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관장은 약을 넣고 최소 10분 이상을 기다리고 응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화장실로 갈 수 없었다. 화장실 입구에서 화장실에 들어가고 싶은 아이와, 항문을 막으면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이는 신호가 강하게 올때마다 울면서 "화장실~~"이라고 보챘고, 이런 모습이 웃픈 엄마와 아빠는 웃음을 참고 아이를 달랬다. 드디어 10분이 지나고 아이는 엄마와 함께 화장실에 들어갔고, 원하던 광명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가장 처음 한 말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 이제 시원해졌어"
변을 본 사실을 응급실 직원에게 말했고, 곧 직원에게 수납 관련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원무과에서 수납을 하고 영수증을 가져와야 약을 처방해 준다고 했다. 주말 응급실 진료라 비용이 다소 많이 나왔다(5만 5,000원). 약을 처방하고 제조하는데 왜 이리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지만, 20분 이상 기다린 후에야 약과 복용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아이가 변이 잘 안나오고 변비가 있을 때는 '듀락칸 시럽'이 효과가 좋다고 소아과에서 이 약을 처방받아서 먹여보라고 했다. 약국에서 바로 살 수는 없고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약품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가벼웠다. 아이는 평정을 찾았고, 집에 와서도 원래의 활발한 모습대로 재밌게 놀았다.
변비는 무서운 것이었다. 앞으로는 응가가 잘 나와서 관장을 위해 응급실에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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