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드디어 아들이 네 돌이 되었다. 한 해, 한 해 키우다보니 어느새 네 돌을 맞이했다. 힘든 일도 많았고 지금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 그저 기쁘고 행복하다. 걸음도 늦고, 말도 늦어서 키우는 내내 걱정했는데 지금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한만큼 잘 자라주고 있다. 네 돌을 맞이한 아들이의 발달 상황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어느 순간부터, 아들이 유치원에서 '한국을 빚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를 배웠는지, 집에서 "아름다운 이땅에 금수강산에~"를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발음이 부정확해서 뭐지? 싶었는데 잘 들어보니 노래 가사였다. 며칠 뒤에는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말해서 유치원에서 '독도는 우리땅' 노래도 배웠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들은 두 노래 중 한국을 빚낸 100명의 위인들이 더 마음에 들었는지 자주 흥얼거렸고, 기특해서 하루에 한 번씩 유튜브로 영상을 틀어줬다. 학습에는 역시 반복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아들은 어른도 잘 못 외우는 한국을 빚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 가사를 1절부터 4절까지 다 외워버렸다. 와우~ 대단해요. 옥의티는 "역사는 흐른다~ " 가사를 "역사는 우리땅~" 이라고 할 때가 있다는 점이다. 그저 웃을 뿐이다.
최근 부정 표현에 심취한 아들이다. 자기 뜻이 강해지고,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나름의 논리가 있을 때가 있어 깜짝 놀랄 때도 있다. 놀이를 할 때 자기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그 즉시 특유의 억양이 섞인 "아니지~"를 시전하며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고 한다. 트랙터 놀이를 하고 있는데 자신은 트랙터고 엄마와 아빠는 트랙터가 끌고가는 짐이라고 한다. 아빠가 트랙터라고 하니 어김없이 아니지를 시전하며 자신이 트랙터라고 말한다. 아빠도 하면 안 된다니까 안된다라고 한다. "아빠도 한다~"라고 말하고 트랙터 역할을 하는데 좀 해주는 척 하다가 어느새 자신이 트랙터가 되어있다.
장난삼아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할 때 접두사 '안'을 붙여 말할 때도 있다. "안 밥 먹어요", "안 놀이해요", "안 차 타요" 처럼 말할 때 앞에 '안'을 붙여서 이야기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진짜 안 하지는 않고, 말만 저렇게 하고 있는데 만약 행동까지 안 하려고 하면 다소 골치가 아파질 것 같다.
호기심도 부쩍 늘었다. 어떤 것에 대해 설명을 해주거나 이름을 이야기하면 잘 듣고 "왜요?"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 이름을 말해줬는데도 왜요로 물어보면 참 할 말이 없어진다. 아들의 쏟아지는 "왜요?" 질문을 받으면서 세상에는 이유를 설명하기 힘든 것들이 참 많다라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 육아하면서 '왜요 지옥'이 찾아올 때가 있다는데 우리 아들이는 조용히 넘어가나 싶더니 여지 없이 우리에게도 찾아왔다.
스티커 책으로 세계 국기 책을 한 권 사줬다. 그런데 이때부터 각 나라의 국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니 각 나라의 국기를 하나, 둘 씩 외우기 시작했다. 종이에다가는 엄마 아빠한테 "이 나라 국기 그려주세요" 라고 부탁하면서 국기를 그려주면 나라 이름과 수도 이름까지 물어보고 외워버린다. 아들이가 수도 이름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히 엄마가 유튜브로 "세계 수도송2"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나름 멜로디가 중독적이어서 아들이의 선택을 받았다. 국기는 비슷한 나라가 많아서 다소 어려운지 질문하고 또 질문하고 있다. 귀찮아도 계속 대답해주는 중이다.
이왕 관심 가진 거 제대로 가져보라고 당근마켓에서 지구본까지 2,000원 주고 사왔다. 나라를 물어보면 국기랑 나라 위치도 알려주고 있는데, 아직 지구본 보기는 좀 어려워하는 것 같다.
네 돌 생일을 맞아 엄마와 아빠가 각각 선물을 사줬다. 엄마의 생일 선물은 마이크로 맥시 킥보드였고, 아빠의 생일 선물은 월드카 기아 세트였다. 별도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외삼촌과 이모에게도 두둑하게 용돈을 수령했다. 책에서 봤던 에잇 포켓 베이비(Eight porket baby - 아기 한 명에 8개의 주머니가 있다는 의미. 즉 아기를 위해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그만큼 많다는 의미의 단어)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이크로 맥시 킥보드는 어떤 킥보드 브랜드를 살까 성능과 가격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마이크로로 결정했다. 백화점보다 쿠팡이 7,000원 정도 싸길래 쿠팡에서 주문했다. 월드카 기아 세트는 아들이가 장난감 전문 매장에 가서 10분 말에 고른 선물이다. 작년에는 선물을 고르는데 1시간 넘게 걸렸었는데, 올해는 매우 빨리 고르는 걸 보니 그세 또 컸구나란 생각이 든다.
연휴를 맞아 우리집에 유치원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놀았다. 처음에는 같은 체육학원에 다니는 유치원 친구네 아빠가 공휴일인 개천절에도 출근을 하셔서, 친구 엄마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 친구만 초대하는 게 계획이었다. 그러나 초대의 스케일이 점점 커지면서 유치원 같은 반 모두와 형아네 반에 있는 형아 한 명과 누나까지 우리 집으로 초대하게 되었다.
작은 집에 아이 5명과 보호자 5명, 총 10명이 모이니 너무나도 좁게 느껴졌다. 그러나 아이들은 좁은 공간에 상관 없이 재미있게 놀았다고 한다(집이 좁아 아빠는 동네 카페로 대피, 엄마가 아들을 봤다). 특히나 집에 있는 수십 가지 월드카와 토미카에 남자 아이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 역시 남자 애들에게는 '자동차'가 짱인 것 같다.
집에서 놀고 점심 먹고 나서는 동네 놀이터로 가서 킥보드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고, 술래잡기랑 숨바꼭질 놀이도 하면서 재밌게 놀았다. 원래 우리 계획은 오전에 놀고, 점심 먹기 전이나 점심 먹고 헤어지는 것이 목표였는데 예상을 깨고 오후 4시까지 놀이터에서 같이 놀게 되었다. 만 3세 ~ 5세 아이들이 나름대로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신기했다.
아들의 친구들을 집에 불러 초대한 건 처음이었는데, 덕분에 집안 정리와 청소도 모처럼 깨끗하게 하고 아들도 재밌는 시간을 보내서 좋았다. 친구들이 가고 아들이가 "친구들 또 언제 초대해요?"라고 계속 묻는 것을 보니 아들도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이 정말 즐거웠나보다.
아들이는 생일을 2~3달 전부터 기다려왔다. 유치원 같은 반 친구들의 생일이 한 달 ~ 두 달 정도 더 빨라서 생일잔치를 먼저 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 생일 잔치가 열린 날엔 집에 와서 자기 생일도 8월이고 9월이라며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한채로 우기기도 했다. 생일은 바꿀 수 없다는 엄마 아빠의 말에 서러웠던 마음이 폭발해 울기도 했었다.
그렇게나 바라던 생일이 다가와서 그런지 최근 컨디션이 최상이다. 텐션이 높고 행동이나 말에 자신감이 붙었다. 10월 연휴를 하루 하루 자신의 생일이 오기를 바라면서 보냈다. 생일 선물을 사고 케이크를 사면서 텐션은 절정에 달했다.
생일이 지나면 과연 어떻게 될런지, 과연 또 1년을 어떻게 기다릴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지만 아들이가 점점 커가는 만큼 다음 생일까지도 잘 기다려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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