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죽음만큼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세금이다. 세금은 국가 운영에 꼭 필요하고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하지만, 막상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세금의 역사는 혁명의 역사와 같다"라는 말처럼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이벤트들(프랑스 대혁명, 미국 독립전쟁 등)은 세금과 관련된 일로 발생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민들의 반발을 잠재우면서도 국민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세금을 뽑아내기 위해 조세 정책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 나온 제도가 바로 간접세 제도이다. 오늘은 내가 내는지도 모르고 내고 있는 세금인 간접세의 종류와 간접세 세율에 대해 정리해봤다.
간접세의 정의는 납세의무자와 실제로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이 다른 세금이다. 반대말은 직접세이다. 소득세 같은 직접세는 납세의무자에게 직접 세금을 징수하는 반면, 간접세는 내가 내야 할 세금을 다른 사람이 대신 내주는 구조로 작동하는 세금 체계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부가가치세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나는 물건값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물건가격과 함께 마트에 낸다. 그러면 마트는 내가 낸 부가가치세를 나 대신 정부에 납부한다. 이 경우 납세의무자는 '마트'이고, 실제로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은 '나'가 되는 것이다. 간접세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세금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간접세는 많지만, 대표적인 간접세의 종류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부가가치세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1977년부터 시행되었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품목과 서비스에 부가가치세가 붙어있다. 세율은 도입 이후부터 지금까지 변화 없이 물품가액의 10%이다. 제2차 오일쇼크 등 좋지 않은 경제 상황 속에서 부가가치세 도입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크게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부가가치세가 부마항쟁 및 박정희 정권의 몰락까지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 부가가치세는 간접세에서 독보적으로 큰 세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71조 원이 넘게 징수되었다(국세 비중 21% 차지). 부가가치세 예외 품목으로는 대표적으로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임산물, 서적류, 생리대, PX유통물품, 여객운송의 운임 등이 있다. 다른 나라와 대비하여(OECD 평균 19.2%) 세율이 낮은 편이다.
말 그대로 기름에 붙는 세금이다. 기름의 종류에 따라 세금이 다르며 교통세(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등이 합산되어 세금이 결정된다. 유류세는 휘발유나 경유 같은 기름 가격이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 세율을 자주 바꾸는 세금 중 하나이다. 2021년 기준 유류세 중 교통세(교통에너지환경세)로 16조 5천억 원이 징수되었다(국세 비중 5%). 휘발유 1L에 붙는 세금은 약 820원 정도이며, 현재는 25% 세금이 인하되어 리터당 615원 정도가 부과되고 있다.
주세는 말 그대로 술에 붙는 세금이다. 술을 만드는 제조 방법에 따라 부과되는 세율이 달라진다. 우리나라 주세의 특징은 세금이 알코올 양에 따라 부과되는 방식이 아니라, 출고가나 수입원가에 따라 일정비율로 부과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원가가 쌀수록 세금이 저렴해지고, 원가가 비쌀수록 세금이 비싸진다. 우리나라에서 소주가 잘 팔리는 이유는 어찌 보면 술이 저렴해서 세금이 가장 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수입하는 위스키나 양주의 가격이 "헉" 소리 나는 건 술값이 비싼 점도 있지만, 바로 이 주세 때문이다.
소주에 붙는 세금은 출고가의 72%가 기본이고 주세의 30%(출고가의 21.6%)가 교육세로 부과된다. 술에도 역시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이렇게 계산하면 소주와 같은 증류주의 경우 출고가의 112.96%가 세금이다. 원가보다 세금이 더 비싼 것이다. 담배나 기름도 세금이 많이 붙은 제품에 속하지만, 술 앞에서는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만약 수입 제품이라면 여기에 관세가 추가된다.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술을 사 오는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2022년 기준 약 3조 7천억 원의 세금이 주세로 징수되었다.
담배와 관련된 세금이다. 담배를 제조하거나 수입할 때 내야 한다. 담배의 종류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
사람들이 주로 피는 궐련은 20개비 한 갑 기준 1,007원의 세금이 붙고, 전자담배는 액체의 경우 ml당 628원, 고체의 경우 g당 88원의 세금이 붙는다. 담배 한 갑 가격이 4,500원인데 여기에 세금이 1,007원 밖에 안 붙어서 의아하게 느낄 수도 있다. 담배에 붙는 세금은 담배소비세만이 아니다.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건강증진부담금 등이 추가로 더 붙어서 담배에 붙는 최종 세금이 결정된다. 현재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판매가 4,500원 기준 약 2,000원 정도다. 담배소비세는 대표적인 간접세중 국세가 아닌 지방세에 해당하는 세금이라는 특징도 있다.
바로 위에서 살펴본 담배에 붙는 세금 중 하나가 바로 이 개별소비세이다. 줄여서 개소세라고도 부르며, 과거에는 특별소비세라고도 불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개소세를 만나게 될 때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다. 자동차의 경우 경차나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물품가격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 개별소비세로 부과된다(23년 6월 30일까지 3.5%로 할인 중). 개별소비세는 자동차 이외에도 기름, 보석 등 고가물품, 경륜/경정/경마, 골프장, 카지노 등에 부과되고 있다. 휘발유와 같은 기름값에는 유류세 +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있다. 2021년 기준 9조 4천억 원이 징수되었다(국세 비중 2.8%).
인지세는 종이를 발행할 때 내는 세금이다. 여기서 말하는 종이에는 대표적으로 통장이나 상품권, 각종 증서 등이 해당한다.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인 인지세를 접하게 되는 경우는 5천만 원 이상의 대출을 신청할 때이다. 이외에도 상품권 뒷면을 보면 인지세로 200~400원의 금액이 납부되었다는 걸 볼 수 있다. 부동산과 선박, 항공기의 소유권 이전, 법률에 따라 작성하는 문서, 소유권에 관한 문서, 각종 권한의 양도에 관한 증서, 골프장과 같은 회원권에 관한 증서 등에 대해서는 금액에 따라 아래와 같은 세금이 부과된다. 인지세는 다른 세금에 비해 액수가 그리 크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2022년 기준 약 8천억 원이 징수되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거래할 때 내는 세금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매도할 때만 부과된다. 참고로 증권사의 거래수수료는 주식을 매수할 때와 매도할 때 모두 부과된다. 상장된 주식이 코스피인지, 코스닥인지, 코넥스인지에 따라 세금의 종류와 세율이 조금씩 달라진다. 2021년 기준 10조 3천억 원이 징수되었다(국세 비중 3.1%)
간접세는 직접세와 달리 세금을 내지 않는 느낌이 드는 세금이다. 그러나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금을 내고 있으며, 소득이 낮은 사람의 경우 직접 내는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간접세로 내는 경우가 많다. 하루 생활 속에서 지출하며 내고 있는 간접세만 살펴봐도 식사나 커피, 간식에 포함되어 있는 부가가치세, 스트레스 해소용 담배에 포함되어 있는 담배소비세, 출퇴근 시 사용하는 기름값에 포함되어 있는 유류세, 퇴근 후 치맥 한 잔 할 때의 주세 등 종류도 많고 액수도 상당하다.
우리나라 근로 소득자의 40%가 면세 계층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면세'라는 말 때문에 이 사람들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을 뿐, 소비를 통한 간접세는 납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무시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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