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식당이 매우 많다. 정말 많다. 한 상가 건물 안에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한 종류의 식당이 있다. 예약 없이 언제 가도 밥을 먹을 수 있는 나라다(모든 나라가 우리나라 같지는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압도적인 외식업체 숫자 때문이다. 인구 1만 명 기준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식당이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렇지만 이게 과연 좋은 일일까? 이제부터 대한민국 외식업의 실태에 대해 간단하게 분석해본다(슈카월드에서 본 내용을 정리했다).
우리나라 외식업체 사장님의 평균 연령은 52.6세다. 우리나라 평균 연령이 40대 초반이니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외식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왜 나이 많은 사람들은 외식업체 사장님이 되어야 했을까?
그건 우리나라 근로자가 퇴직 시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3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등의 혜택은 65세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약 15년 정도 소득의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퇴직 이후 근로자들은 이 15년 동안 소득의 공백을 매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외식업 창업을 한다는 의미다. 이는 외식업체 사업주 평균 연령이 50대가 가장 많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럼 외식업 창업말고 퇴직자가 갈 곳은 없는 걸까?
갈 곳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대우도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만 40세 이상을 채용 시 부장 이상의 직급을 준다는 회사는 1/4에 불과했다. 심지어 직급이 없는 곳도 1/4나 되었다. 40세 이상이라면 부장급 역할을 해야 할 나이인데 사원 대리나 직급이 없는 상태로 일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야기다.
소득 역시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4천만 원 이하가 70%이다. 사실 40대 이상이면 자녀 교육과 노부모 부양 등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이다. 소득이 늘어도 모자랄 판인데 4천만 원 이하를 받고 일한다면 가계 적자가 뻔한 상황이다. 심지어 고용주 희망 연봉은 3,300만 원에 불과하다. 이건 40대에게 재취업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이런 열악한 사정 때문인지 중장년을 채용한 경우 근속 연수가 매우 짧은 편이다. 80%에 달하는 근로자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도 낮고, 연봉도 낮으니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식업의 왕국이다. 외식업체 수는 지난 15년간 13만 개 가까이 늘어나서 2020년 기준 71만 개에 달한다.
우리나라 외식업의 특징은 대규모 창업이 아니라 소규모 창업이라는 것이다.
85%에 달하는 외식업체가 4인 이하 사업장이다. 이 중 1~2인 사업장 비중이 절반을 훨씬 넘는 60%에 가깝다. 1~2인 사업장은 사실상 사장과 배우자가 운영하는 가족 사업장이라고 봐도 된다. 4인이라고 해봤자 알바 1~2명이 전부인 식당이다. 우리나라에서 외식업 창업은 자본을 많이 들인 대규모 창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나라 외식업체를 이용하기는 정말 편하다. 일찍 열고 늦게 닫으며 영업을 안 하는 날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외식업체 영업시간은 하루 평균 10.9시간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1시간 문을 열고 있다는 이야기니 모든 식당이 평균적으로 오전 10시에 문을 열면 오후 9시까지는 한다는 이야기다.
월평균 근무 일수는 더 충격적이다. 주 5일제를 운영하는 식당은 5%에 불과하다. 한 달에 하루 쉬는 식당이 전체의 40%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딜 가나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당이 문을 닫지를 않는다.
그럼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만큼 충분한 소득이 따라올까? 아쉽지만 그렇지 않다.
2020년 기준 평균 매출액이 1억 8천만 원이었다. 영업이익 아니다. 매출액이다. 여기서 식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세금 등등이 제외되고 남은 돈이 순이익이다.
우리나라 외식업체의 영업이익률이 15% 정도 된다고 한다. 1만 원을 팔면 1,500원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1억 8천만 원을 팔고 영업이익률을 15%로 해서 계산하면 영업이익은 2,700만 원이 남는다. 1년에 2,700만 원이니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버는 돈이 고작 225만 원에 불과하다. 부부가 운영한다고 하면 한 명이 버는 돈은 1백만 원 초반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에 11시간, 한 달에 두 번 쉬고 일해서 버는 돈이 이 정도밖에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연금 수령까지 남은 15년을 버티기 위해 외식업 창업은 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외식업 평균 영업 년수가 이를 설명해준다. 평균 영업 기간이 5년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심지어 커피전문점은 3년도 채 되지 않는 걸로 나온다. 돈을 벌기 위해 창업했다가 5년도 안되어 창업 비용까지 날리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다.
드라마 미생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회사 밖은 지옥이야"
우리나라 외식업 관련 통계를 보면 이 말이 옳다는 결론이 나온다. 퇴직 이후에 새로운 생계 수단으로 식당을 시작했으나 진입 장벽이 너무 낮은 탓에 엄청난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평균 5년 만에 무너지게 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위에서 봤듯이 재취업을 하기에도 녹록지 못한 환경이니 대한민국 50대의 삶이 쉽지만은 않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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