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가 31개월을 다 보내고 32개월에 접어들었다. 말 느린 아들이는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를 받고 있다. 언어치료 덕인지, 점점 커가면서 좋아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눌한 발음으로 많은 단어들과 짧은 문장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지난 한 달간 아들과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일들을 정리해 봤다.
자동차 스티커북을 사줬다. 아이는 스티커북에 있는 자동차 스티커를 스티커북 책이 아닌 매트에 스티커를 길게 줄을 세워 붙이고 싶었다. 그런데 매트 넓이가 부족해서 매트에 스티커를 더 이상 붙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냥 바닥에 붙여서 쭉 길게 붙여도 되지만 그건 싫다고 한다. 매트 위에서 스티커 붙이는 방향을 조금 바꿔서 붙여보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결국 매트 위에 붙인 스티커를 다시 떼어서 스티커북에 알맞게 붙였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엄청 울었다. 다 울고 나서 몇 분을 훌쩍거릴 정도로 울었다. 아빠는 아이가 말도 안 되는 걸로 아침부터 짜증을 부린다고 생각해서 중간에 책을 폐휴지함에 버리고 그만하라고 아이한테 화를 냈다. 엄마는 인내심 있게 아이에게 스티커를 책에 붙이라고 지시했고 먼저 책으로 옮겨 붙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책에 붙여진 스티커를 다시 떼서 매트에 붙이려고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내 아이는 단념하고 다른 활동으로 주의를 돌렸다. 아이가 되지도 않는 걸로 고집부릴 때가 나는 제일 힘들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아빠의 볼을 작은 손으로 쓰다듬으며 우리 아빠라고 말했다. 엄마한테도 우리 엄마, 자신한테도 우리 ㅇㅇ이라고 귀엽게 말했다. 말 배울 때 어눌한 발음과 억양으로 이야기하는 게 어쩔 때 들으면 정말 귀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만 들을 수 있다는 데서 희소성이 있지만, 그래도 바른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다.
에버랜드에서 유아 놀이기구 3종 세트(나는 코끼리, 로보트카, 자동차왕국)를 마스터했다. 에버랜드에 가면 36개월 미만 무료입장 아기의 경우 별도로 6,000원을 내고 티켓을 사야 이용할 수 있는 유아 전용 놀이기구가 있다. 이 놀이기구의 특징은 부모와 같이 타는 게 아니고 아기 혼자 탄다는 점이다. 아기가 혼자 놀이기구를 타는게 처음이라 잘 탈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아들이가 자동차를 좋아해서 그런지 울지도 않고 중간에 내리겠다고 하지도 않고 아주 잘 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집에 와서도 즐거웠는지 "나는 코끼리~ 나는 코끼리~", "에버랜드~ 에버랜드~" 하면서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아들이가 아빠가 퇴근할 때 아빠를 부르며 달려와 아빠를 안아준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엄마가 먼저 퇴근하고 와 있어서 정서적 안정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속으로 엄청 기뻤는데 겉으로 잘 표현되지 않았다. 내가 클 때 감정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난 감정 표현에 서툴다. 아들이가 웃으면서 안아달라고 달려오는 표정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겠지?
자고 일어나자마자 캠핑카 이야기를 하는 아들이. "하얀 캠핑카", "아빠가 사준 캠핑카"라고 계속 이야기를 하며 작은 방에 가서 캠핑카를 찾는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캠핑카 장난감이 없다. 스티커북이나 자동차 책에서 본 캠핑카가 아닐까 싶어 보여줬지만 관심도 두지 않는다. 계속 작은방에서 캠핑카를 찾아내라며 아빠의 손을 잡고 작은 방으로 간다. 그렇게 거의 1시간 동안 캠핑카를 찾다가 결국 사그라들었다. 우리 부부는 아들이가 꿈속에서 캠핑카를 가지고 놀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주 생생한 꿈을 꾸고 정말 가지고 놀았다고 착각하지 않았을까? 우리 부부는 하얀 캠핑카 이야기를 아들이가 엄마 아빠에게 말해준 첫 번째 꿈 이야기로 기억하기로 했다.
장난감 포장 박스를 보고 노란 기중기 장난감을 찾아내라며 기중기, 기중기, 기중기를 100번은 넘게 외치고 다녔다. 기중기 장난감은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빌려온 걸 파손시켜서 거기에 주고 없었기 때문에 집에 없다. 없는 걸 자꾸 내놓으라고 하니 아빠의 화는 점점 올라가고,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보였다. 결국 참다 참다 아빠는 폭발. 아들이의 양볼을 손가락으로 잡으면서 하지 말라고 화를 내었다. 시간이 지나서 결국 잊히기는 했는데 아직도 아들이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하나에 꽂히면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수용하기가 힘들다. 아기들은 원래 다 이런 건가, 아니면 우리 아이만 유별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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