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아들)가 말이 느려 27개월 때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발달 검사를 받고 의사에게 초진을 받았다. 초진 결과는 아이의 발달이 또래에 비해 확실히 느린건 맞지만, 아직 장애가 있냐 없냐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기니 감각통합치료와 언어치료를 받으면서 4개월 후에 다시 살펴보자는 것이었다.
2023.01.18 - [육아 일기/좌충우돌 아빠의 육아휴직] - 분당차병원 아기 발달 검사 후기(언어발달, 감각통합, 운동, 심리검사)
분당차병원 아기 발달 검사 후기(언어발달, 감각통합, 운동, 심리검사)
발달이 느린 아들을 키우고 있다. 두 돌이 지났음에도 언어 발달이 유의미하게 늦어서 병원 진료를 받게 되었다. 분당차병원에서 관련 검사를 받았는데,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검사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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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이 지나 일부 검사를 다시 받았고,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언어, 사회성, 대근육 등 대부분 영역에서 점수가 올랐다고 했고 소근육 영역만 점수가 이전보다 떨어졌다고 했다. 소근육 발달도 중요하니 손놀이나 가위 쓰기, 다양한 장난감 활용 등으로 발달을 촉진시키라고 조언했다. 장애 유무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말을 아꼈다. 아이가 진료 직전에 잠이 들어 의사가 아이의 깨어있는 모습을 보지 못한게 아쉬웠다. 아이가 집에서 호명반응도 잘하고 눈맞춤도 잘하고 상호작용도 원활한 것처럼 보인다고 이야기하니 의사는 다행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다시 4개월 뒤에 진료 예약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4개월간 아이는 정형회과 부설 발달센터에서 주1회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를 4개월간, 분당차병원에서 주 1회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를 2개월간 받았다(분당차병원 진료가 밀려있어 늦게 시작함).
치료 전인 4개월 전, 27개월 아이와 지금 31개월 아이의 언어발달을 비교하면 매우 많이 향상된 상황이다.
물론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의 효과인지, 아니면 아이가 말을 할 때가 되어서 하게 된건지는 증명할 수 없다. 그렇지만 치료의 덕을 봤던, 보지 않았던 아이의 언어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건 분명하다.
27개월이었을 때 아이는 아빠, 엄마의 발음도 불분명하게 냈고 몇 개의 의성어 의태어 소리만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최대 3개의 어절을 붙여서 말하는 것까지 관찰됐다(OO이 밥 먹어). 언어치료 초창기에는 단어를 중심으로 배웠다. 단어를 배울 때 '고래'를 배운다고 하면 '고'를 먼저 말하고 조금 있다가 '래'를 말하는 식으로 학습했다. 발음이 어려우면 앞글자만 말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가 점점 '고'와 '래' 사이의 간격이 짧아지더니 두 글자 단어를, 세 글자 단어를, 네 글자 단어를 딜레이 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두 어절을 붙여서 말하는 단계를 연습했다. 3개월 차에 들어오면서 두 어절을 붙여서 말하는 경우가 자주 관찰되었다. 요즘 주로 하는 말은 "엄마 찾아", "밖에 나가", "소방차 불꺼", "견인차 끌어", " 불도저 밀어" 등이다(차를 좋아해서 차와 관련된 표현이 많다). 예전에는 원하는 것이 있거나 할 때 엄마아빠를 직접 끌고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말로 할 때도 있고(밥 먹어), 끌고 가더라도 말을 하면서 끌고 간다.
요즘에는 주말에 아이 옆에 붙어 있으면 귀가 아플 정도로 계속 종알종알 말을 한다. 단어를 말하든, 문장을 말하든, 아직은 어눌한 발음으로 계속 말한다. 아이가 하는 말은 크게 4종류로 구분된다. 바로 알아 들을 수 있는 말, 약간 주의를 기울여야 알아들을 수 있는 말, 집중해야 알아들을 수 있는 말, 해석이 불가한 말이 섞여있다. 부모가 아이가 한 말을 아이가 의도한말대로 다시 말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그 말을 계속 반복한다. 자신의 말을 알아들어 달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알아들어주고 싶은데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할 때가 있다. 이때는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가끔가다 아이가 들으면 빵 터지는 단어들도 있다. 오래 가지는 않고 1~2주 정도 지속되는데 최근 아이가 꽂힌 말은 '통째로'와 '싹다'이다. 이 말만 하면 엄청 웃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발음이 재밌어서 그런가?
책을 많이 읽어주라고 해서 전집을 몇 개 사서 읽어줬다. 몇 달 전에는 '놀라운 자연' 시리즈만 계속 보더니, 요즘에는 '추피'에 빠져서 추피책만 계속 보고 있다. 60권이나 되는데 내용을 대충 다 아는 느낌이다. 책을 읽어 달라고 들고 오면서 그 책의 제목에 있는 단어를 말하면서 가져온다. '추피 가족이 휴가를 가요' 책을 들고오면서 "휴가", "휴가"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 모습이 꽤나 귀엽다.
아이는 언어치료와 함께 감각통합치료도 받았다. 진료를 본 재활의학과 교수는 초진 때 언어보다 감각통합 관련 치료가 더 시급하다고 진단했었다. 사설센터에서 먼저 시작한 감각통합치료 시간에는 돌다리 건너기, 사다리 오르고 내려오기, 정해진 코스 대로 물건 가져다 놓기, 터널 통과하기 등의 수업을 했다. 그런데 6회차 정도부터 아이가 수업에 들어가자마자 울면서 엄마를 찾기 시작해서 결국 담당 치료사를 교체했다. 교체한 담당 치료사와 수업 때도 울긴 하는데 울음이 심하지 않고(울음보단 짜증에 가까운 느낌) 울면서도 지시하는건 다 하고 있어서 치료를 계속 하고는 있다.
분당차병원에서 하는 감각통합치료는 다행히 아이가 크게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첫 수업에도 울지 않았고 이후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몇몇 날을 제외하면 비교적 수업을 잘 받고 있다고 한다(아이 외할머니가 데리고 다니셔서 직접 보지는 못했다).
감각통합치료를 받고 나서 눈에 띄게 좋아진 점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감각통합치료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아이는 점프를 하지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점프를 하지 못한다(무릎을 살짝 굽히며 점프 뛸 자세는 취하지만 정작 뛰지는 않음). 손은 좀 야물어지긴 한 것 같은데 여전히 색칠을 시켜보면 선을 넘어가기 십상이고 선 따라 그리기는 언감생심이다. 놀이터에 있는 그물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게 되었고, 산에 가면 계단과 오르막을 곧 잘 탄다는 점이 그나마 나아진 점이라고 할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소근육보다는 대근육쪽 발달이 더 이루어진 것 같다.
4개월 전에는 정말 걱정이 많이 됐었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해 걱정은 다소 줄었다. 그렇지만 걱정이 아예 없는건 아니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또래에 비하면 발달이 많이 느린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무탈하게 잘 커서 이때 엄마아빠가 했던 걱정이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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