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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엔 유모차 대신 아기띠를(ft. 아기 손가락 베인 상처에는 밴드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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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주차의 월요일이 밝았다.

이번 주 부터가 진짜 실전이다. 첫째 주는 수요일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수목금 3일을 혼자 봤고, 둘째 주는 중간에 선거일이 하루 껴있어 4일을 혼자 봤다. 이번 주부터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월화수목금 5일을 혼자 봐야한다.  

일요일부터 슬슬 긴장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대망의 월요일이 밝았다.

 

출근하나 육아하나 월요일은 항상 정신이 없다

아내는 집에서 7시 40분에 집을 나선다. 아내는 최대한 나를 위해 많은 것들을 하고 나간다. 잠에서 깬 아들이 토닥여주고 아침도 데워서 먹여주다가 시간이 되면 나간다. 아들이 보느라 아침을 못 먹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 아내 덕분에 10분이라도 더 잘수 있어 아내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

 

아내가 떠난 7시 40분부터 아내가 돌아오는 5시 30분까지 약 10시간이 나와 아들이만의 시간이다.

일주일 넘게 생활해서 그런지 어느 정도 패턴은 잡혔다.

 

아침 먹이고 오전에 장난감 가지고 놀거나 책 읽으며 시간 보내고 간식 좀 먹고 오전 산책,

집에 와서 점심 먹이고 유모차 태워서 낮잠 재우기,

낮잠에서 깨면 오후 간식 먹이고 놀다가 저녁 먹이기

 

이런 패턴으로 아들이와 생활 중이다.

월요일도 다른 요일과 같은 평일인데 유독 정신이 없다. 아침을 먹이고 아들이 양치 시키는걸 잊어버려서 늦게나마 시켜줬다. 기저귀 갈아주는 타이밍도 놓쳐서 엄청나게 무거워진 기저귀를 갈아주며 아들에게 미안했다. ㅠㅠ 

아들이는 아침에 아빠랑 이러고 놉니다... 뭐하니 아들아??
바스라진 시리얼... 정리는 아빠 몫 ^^;;

 

아차 하는 사이에...

문제는 점심을 먹인 다음에 발생했다.

아들이는 평소처럼 박스에도 들어가고, 통 속에 담긴 시리얼도 바닥에 쏟으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들이가 지나간 놀이매트에 색연필 자국 같은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이한테 색연필이 있나? 싶어 손을 봤는데 아뿔싸!! 오른쪽 중지 끝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피를 닦아내고 자세히 보니 중지 옆부분에 칼로 베인것 같은 상처가 보였다. 살짝 베인것 같긴 한데 아기 손가락에 난 상처여서 그런지 상처가 더 커보였다. ㅠ 급한대로 건티슈를 꺼내 피를 닦아주고 지혈해줬다. 그런데 아가여서 그런지 손가락을 계속 움직여 지혈이 잘 되지 않았다. 피가 계속 나와서 매우 걱정되어서 병원에 데리고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그런지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 아무 생각이 안 났다.

 

다행히 집에 밴드가 있어서 밴드를 붙이고 지혈이 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아들이는 손가락에 붙여진 밴드의 낯선 느낌을 많이 불편해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다행히 피는 지혈되었고 상처는 잘 아물었다. 다음엔 당황하지 않고 베인 상처에는 바로 밴드를 붙여주는걸로!!

 

정말 아기 보는 일은 한 치의 빈틈도 허락되지 않는다는걸 느꼈다.

 

 

비 오는 날이면... 유모차를 쓸 수가 없다 ㅠ

월요일에 비가 왔다. 평상시 같았으면 그냥 다소 불편할 뿐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에게 비는 아주 큰 변수였다. 비가 오면 유모차 사용에 제약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유모차에 씌우는 커버가 있지만 완전 방수는 아니라 빗물을 많이 맞으면 안된다. 그럼 우산을 골프우산처럼 큰걸 써야 하는데 한 손으로 큰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 유모차를 미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비 오는 날에 밖에 안 나가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 있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렇지만 우리 아들이는 밖에 나가지 않으면 낮잠을 자지 않는다. 낮잠을 재우려면 반드시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어줘야한다. 유모차가 어렵다면? 아기띠를 해서라도 나가야한다... 그래서 아기띠를 매고 나갔다.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10kg이 넘어가는 아이를 앞에 매고 움직이는건 성인 남자가 하기에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발 끝에서 무릎, 허벅지, 허리, 등, 어깨, 목까지 온 몸이 울렸다. 특히 많은 하중이 가해지는 허리 부분의 통증이 상당했다. 운동을 안한 탓인지 허벅지도 쑤시기 시작했다. 빗물이 신발에 조금씩 들어오면서 양말도 젖어들었다. 그렇지만 아들이는 잠들지 않았다. 아빠한테 안긴게 어색하고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찬공기가 어색했을 것이다.

 

소강상태였던 비가 중간 중간 강하게 내렸다. 바람도 꽤나 거세게 불었다. 낮잠을 안재우면 되지 이런날 굳이 아이를 안고 나온 내가 잘못한건가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후회의 생각이 들이닥칠 무렵 아들이의 눈에서 조금씩 졸린 기색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거세게 내리던 비가 멈춰가던 때였다. 비는 점점 잦아들었고 아들이도 이내 아빠 품속에서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자기 시작했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아빠를 믿고 잠들어준 아들이에게 고마웠다.

 

 

낮잠 재우기가 끝이 아니었다

아들이를 이불에 눕히고 낮잠을 재웠다. 아들이가 자는 시간이 내가 점심을 먹고 집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늦은 점심을 대충 차려 먹고 집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아들이 장난감을 닦아준다. 시간이 남으면 좀 쉴수 있다. 이렇게 달콤한 시간이 없다. 그 어떤걸 하더라도 시간이 아까운 시간이다. 

 

잠에 든지 2시간이 지난 후 아들이가 낮잠에서 깼다. 우리 아들이는 잠에서 깨면 운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다. 낮잠을 정말 오래 잔 경우에는 울지 않는 걸로 봐서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서 우는게 아닌가하고 추측만 할 뿐이다.

 

잠에서 깬 아들이는 안아서 달래준다. 그런데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아까 잠들 때 편히 잠든게 아니어서 그런지 아들이의 울음이 쉽게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아빠가 안아줘도, 장난감으로 시선을 돌려봐도 아들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아빠의 등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앉혀놓으면 더 울어서 계속 안아줄수밖에 없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을 때 보이는 모습이었다. 다시 재워야하는데 아빠 품에 아직 익숙해지지 못한 아들이에게 너무 어려운 미션이었다.

 

우는 아들이를 아기띠에 안고 간신히 진정시켰다. 그렇게 아들이를 안고 엄마가 올때까지 안고있어야했다. 어깨도 허리도 무릎도 아팠지만 울고나서 훌쩍이는 아들이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육아에 서툰 아빠가 미안했다. 아들이가 아빠와의 시간에 어서 적응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빠도 힘내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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