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서울로 여행 와서 서울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을 위해 서울시티투어를 하고 할만한 여행 코스를 추천해본다. 내가 다녀온 코스는 통인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인사동에서 오후 관광을 하는 일정이다. 서울시티투어 버스가 경유하는 정류장 주변에는 관광지가 많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코스를 더하거나 뺄 수 있다. 청와대, 경복궁, 덕수궁, 종묘, 광장시장, 남대문시장, 청계천 등 무수히 많은 관광지가 있다.
우리는 10시 30분에 DDP 정류장에서 출발했다. 10시 시티투어 버스를 신호 하나 차이로 놓쳤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다음 버스를 제일 먼저 탔기 때문에 가장 좋은 2층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DDP에서 통인시장까지는 50분 남짓이 걸렸다. 그 짧은 거리를 가는데 50분이나 걸리다니, 서울 시내 교통이 정말 심각하긴 하다. 주말에는 집회로 인한 정체가 주요 교통 혼잡 원인이다. 우리가 갔을 때도 도심에 대규모 집회가 있어서 광화문 앞을 주변으로 차들이 많이 밀렸다.
통인시장 정류장에는 원래 시간표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통인시장에서 내렸다. 통인시장 정문 출입구 바로 앞에서 내려준다. 통인시장은 서촌마을에 있는 작은 규모의 전통시장이다. 엽전을 구매하고 엽전을 통해 시장에서 파는 여러 음식을 조금씩 구매해 도시락처럼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졌다. 통인시장 중앙에 있는 시장 운영센터에 가서 1만 원을 내면 도시락 통 1개와 엽전 20개(개당 500원)를 받을 수 있다. 일단 1만 원 어치의 엽전을 사고, 사용하고 남은 엽전은 환불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엽전을 판매하는 곳이 시장의 중심 건물로 이곳에서 구매한 도시락을 편하게 먹을 수 있다(수저가 제공된다).
통인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바로 기름떡볶이이다. 가마솥 뚜껑에 기름을 두르고 긴 떡을 고추장 양념이나 간장에 살짝 튀겨서 먹는다. 칼로리는 폭탄이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맛은 나쁘지 않았다. 2~3곳이 기름떡볶이 가게가 있었는데, 정할머니 기름떡볶이 가게에 사람이 가장 많았다.
기름떡볶이 외에도 시장에는 닭강정, 꼬마김밥, 만두, 멸치국수, 꼬치, 튀김, 어묵 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컨셉이 도시락이다보니 무거운 음식보다는 가벼운 분식류의 종류가 많았다. 저탄고지를 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먹을 게 없을 정도로 탄수화물 중심의 메뉴들이다.
다행히 49개월 아이는 분식 중심의 식단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만두만 빼면 특별히 가리는 음식 없이 골고루 먹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집에서 ‘식가위’를 하나 가지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가 먹기에 음식이 다소 크게 잘라져 있어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른 메뉴는 엽전 14개를 사용해서 14,000원 어치이다. 메뉴별 가격은 다음과 같다.
시장이 작기 때문에 시장을 구경하고, 엽전을 사고, 엽전으로 도시락에 담을 음식을 사고, 시장 도시락카페에서 도시락을 먹으면 1시간, 길게는 1시간 30분이 지난다. 조금 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통인시장을 지나면 나오는 서촌마을을 구경하면 된다. 서촌에도 ‘효자베이커리’ 등 유명한 가게들이 꽤나 있기 때문이다.
배를 채웠으니 오후 관광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오후 코스를 인사동으로 정했다. 아이에게 전통 문화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사동은 전통 문화를 느끼기에는 그리 좋은 곳이 아니었다. 중간 중간 전시를 볼 수 있는 갤러리 같은 곳도 있었지만, 전통 미술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미술이었고 49개월 아이의 수준에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동 거리는 식당과 찻집, 옷가게,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주로 있었고 중간 중간에 표구사, 도자기 판매점, 전통 찻집 같은 인사동스러운 가게들이 섞여 있었다.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몰려 있는 건물에 들어가 구경을 해봤는데 외국인들이 저렴하게 사갈만한 조잡스러운 기념품들이 많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 그나마 여기가 가장 인사동스러웠던 것 같다.
갑자기 흐린 하늘에 빗방울이 떨어져서 가장 가까운 전통 찻집으로 들어왔다. 내부 인테리어가 잘 된, 카페 가운데에 중정이 있는 형태의 찻집이었다. 전통 찻집이지만 아메리카노는 팔고 있었다. 문제는 아메리카노가 7,500원이라는 것이었다. 매실차는 8,500원, 쌍화차 같은 전통차는 1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이것이 인사동, 관광지의 가격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아쉽게도 커피나 차의 맛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아들이는 망고주스를 시켰는데 망고 특유의 끈끈함으로 인해 많이 먹지 못했다. 씁쓸함을 남긴채 전통 찻집을 나왔다.
인사동과 가장 가까운 시티투어 버스 정류장은 종로에 있다. 종로까지 걸어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니 운 좋게 버스가 빠르게 왔다. 다시 DDP에 돌아가니 4시 무렵이었다. 반나절 정도의 서울시티투어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통인시장은 1 ~ 2시간을 식사를 하며 보낼 수 있는 관광지였다. 인사동은 기대를 많이 했다면 실망스러운 여행지가 될 수 있다. 기대를 내려놓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며, 아예 종묘나 남대문시장 등 다른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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