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에서 한 평생을 살아왔지만, 아직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축구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경기장도 멀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안양의 경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때 안양시민으로서, 과거 안양LG치타스의 경기를 학교 수행평가를 하기 위해 보러간 사람으로서 이 경기는 봐주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처음으로 다녀온 후기와 관전 팁, 축구장에 가보고 나서 느낀 야구장과의 차이점, 서울과 안양의 멋진 경기 내용을 남겨본다.
축구에 비해 야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야구장에는 많이 다녀와 봤다. 우선 처음 가본 축구장과 야구장의 차이점에 대해 간단하게 남겨본다.
축구장은 야구장에 비해 구조가 단순했다. 야구장은 필드가 외야에 곡선이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경기장의 구조가 원형이거나 꺾이는 지점이 많은데, 축구장은 필드가 직사각형 형태라 시야가 확 트였고 구조가 비교적 간단했다.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경기장에서 빠져 나오는 것도 출구가 더 많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구조가 단순한 탓에 정체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야구장과 비교한 축구장의 가장 큰 특징은 크기였다. 축구장도 구단에 따라 사이즈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적어도 월드컵 때 사용한 경기장들 같은 경우는 야구장과 비교했을 때 스케일이 달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야구장은 수용 인원이 많아봐야 2만 석 중반인데, 서울월드컵경기장 같은 경우 2배가 넘는 6만 6,000명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크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번 서울과 안양 경기에 관중이 4만 명이 넘게 왔음에도, 2층에는 빈자리가 태반인 것을 보고 축구장의 사이즈를 체감할 수 있었다.
야구장은 응원단상이 있고 응원단상을 주변으로 응원이 이루어진다. 치어리더가 있고 앰프 소리와 함께 일사분란한 응원이 진행된다. 반면 축구장은 응원단상이 따로 없었다. 대신 응원석은 골대 뒤쪽 좌석으로 확실하게 지정되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각 팀의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즈들이 깃발과 응원 문구를 흔들면서 노래를 부르고 응원 구호를 외쳤다. 응원에 앰프를 전혀 사용하지 않지만, 응원 소리가 경기장을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야구장보다 경기장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소리를 내기가 더 힘들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 서울과 안양의 경기는 원정팀인 안양에서만 6,000명이 넘는 서포터즈가 왔다고 하니 충분히 축구장을 울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앉았던 자리가 축구장에서 가장 저렴한 자리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관객 편의 시설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컵홀더도 없고 의자 폭도 너무 좁았다. 축구장에 사람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경기장 자체가 큰 것도 있지만, 의자의 폭과 간격이 좁은 것도 이유인 것 같았다. 체구가 작음에도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좌석 편의성은 관람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야구에 비해 경기 시간이 짧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점은 조금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장은 야구를 보러 가는 것보다 먹으러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거리에 관대하다. 치킨에 피자는 기본이고, 삼겹살에 족발까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야구장이다. 팬들도 야구장에서 먹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축구장은 상대적으로 먹는 것보다는 경기 관람에 집중하는 분위기었다. 경기장 내부도 그랬고, 경기장 밖에 있는 복도에서도 야구장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떡볶이 가게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편의점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는데 편의점에서는 야구장과 같은 먹거리를 즐기는 데 한계가 있어보였다. 야구는 공격과 수비가 나눠져있고 경기에 집중을 해야하는 순간과 안하는 순간이 정해져있는 반면, 축구는 경기 내내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가 아닌가 싶었다.
축구장에 가보니 야구장은 원정팀에 대한 배려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축구장은 입구에 아예 "이곳은 홈팀 좌석이니 원정팀을 응원할 경우 퇴장당할 수도 있다"라는 안내가 붙어있었다. 야구장에서는 상상도 못할정도로 강경한 문구여서 사뭇 놀랐다. 야구는 원정팀 유니폼을 입고 홈팀 좌석에 앉는 것이 예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과한 응원만 하지 않으면 봐주는 문화가 있다. 그런데 축구는 이런 경우라면 아예 관람을 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원정쪽 응원석은 응원석의 절반만 열어줬다. 원정팀 응원단이 많이 와서 2층 스탠드를 절반 넘게 채웠음에도 1층 스탠드 절반은 아예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이벤트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원정팀을 차갑게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야구장에서는 원정팀에서도 치어리더를 쓸 수 있게 해주고 앰프도 허가해준다. 원정팀이 응원할 때 홈팀은 조용히 해주기까지 한다. 야구장에서 원정팀 팬이 하듯이 축구장에서 했다가는 욕을 바가지로 먹기 십상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동쪽 좌석에서는 오후 경기 해가 질 때 눈이 부시는 시간대가 있었다. 한 10분 ~ 15분 정도 해가 정면으로 비치는데 눈뽕이 심해서 경기를 관람하는데 차질이 생길 정도다. 오후 시간대 경기에 동쪽 좌석에 앉는다면 선글라스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고수님들은 해가 비치자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시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올해는 축구 국제대회 일정 등으로 K리그가 2월에 개막을 했다. 그런데 2월의 축구장은 정말 너무너무 추웠다. 전기 핫팩을 가져갔음에도, 바람을 막아줄 수 없는 다리와 발끝이 너무나도 시려웠다. 경기가 끝나고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중에는 발 끝이 너무 추워서 덜덜 떨려서 걸음을 걷기 어려울 정도였다. 2월이나 3월 초에 축구장에 간다면 방한에, 특히 다리와 발 같은 하체를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가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담요가 있었으면 조금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축구장이 큰 만큼 축구장 안에만 편의점이 10개가 넘게 있었다. 그러나 편의점 말고는 야구장에 비해 먹거리가 부족해보였다. 부족한 먹거리를 축구장 밖에 마련된 푸드트럭들이 채워주고 있었지만, 경기 중간에 뭘 사먹으러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치킨이나 피자 같은 먹거리는 축구장에 오기 전에 미리 사와야 한다. 야구처럼 야구장 안에서 사먹을 생각을 하면 안된다.
사실 경기보다는 두 팀의 응원 열기를 느끼러 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안양을 응원했지만 서포터석에 앉을 자신은 없어서, 안양 서포터쪽과 가까운 홈팀 좌석에 앉았다. 안양은 2부 리그에서 막 1부 리그로 승격한 팀이어서 그런지 팬들의 응원이 정말 대단했다. 90분 경기 내내 응원이 거의 쉬지 않고 이어졌다. 홈팬인 서울 팬들이 수적으로 훨씬 많았지만, 응원의 열기로 따지자면 안양 팬들이 절대 지지 않았다.
경기 결과는 비록 2:1로 안양이 패했고, 경기 내용도 서울쪽에 많이 유리했다. 그러나 안양 팬들은 선수들을 비난하지 않고 2: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렬하게 응원했다. 경기도 재미있었지만 이런 팬들의 모습이 뭔가 뭉클하고 감동스럽게 느껴졌다.
이번 원정에서는 안양이 졌지만, 다음 5월 달에 있을 안양 홈경기에서는 서울과 어떤 경기를 펼칠지, 두 팀의 응원전은 어떻게 전개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수카비티 안양의 선전을 기원해 본다. 수카비티 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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