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빠를 따라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의 묘를 이장하고 왔다. 돌아가신 조상님들의 묘가 다 따로 떨어져 있어서 벌초를 하거나 관리할 때 다소 번거로웠다. 지금이야 하지만 아빠나 삼촌, 당숙들이 나이가 더 들면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분산되어 있는 묘를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이 필요했다. 아빠는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이장은 이장을 결정한 지 3달 만에 마무리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묘지 이장 과정과 실제 후기를 정리해본다.
묘지 이장을 통해 조상님들을, 한 곳으로 모시기로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관련 업체를 통해 견적을 받아보는 일이다. 묘지가 있는 시골이라면, 근처에 석재 가게나 잔디 가게, 장의사 가게 등이 있을 것이다. 이곳 중 한 곳에 연락해 묘지 이장과 합장이 가능한 지, 비용을 얼마나 드는지, 날짜는 언제로 할지 등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아빠는 지난 추석 때 시골 석재 가게에 들러 견적을 받았다. 이장 비용은 이장해야 할 묘의 개수, 상석 여부, 묘지 비석의 개수, 기타 장식용 석재 유무 등에 의해 결정된다. 이장해 와야 할 묘가 많다면 장비와 사람이 많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작업 기간도 하루가 아닌 이틀 이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이 더 늘어난다. 돌도 많이 쓰면 쓸수록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우리 집은 5곳의 묘지를 이장하고, 기존 상석을 재활용하고, 묘지 비석만 세우는 조건으로 800만 원의 견적을 받았고 11월 중 손 없는 날에 진행하기로 했다. 인부는 5명을 썼다.
이장을 하기 전에 업체와 연락하면서 비석에 새길 글자와 돌의 크기, 종류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은 아빠가 업체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진행했다.
가장 중요한 이장 당일이다. 이 날은 굉장히 바쁘다. 겨울철의 경우 해가 짧기 때문에 동이 트자마자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사는 곳이 멀다면 전 날에 미리 내려와서 숙박을 하고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오전 7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소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람이 팔 수 있는 묘소 한 곳은 인부 2명이 삽으로, 나머지 2곳은 동선이 좋아서 포크레인으로 파묘를 진행했다. 파묘 전 절을 드리고 좋은 곳으로 모시겠다고 말씀드리고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했다. 봉분을 쉽게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봉분이 크고 생각보다 깊어서 2m 이상을 파고 내려가야 했다. 모신 지 100년이 넘은 지라 남은 유해는 많지 않았다. 사람 뼈를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보기 무서웠는데, 막상 보니 별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조상님의 유해를 모시고 합장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모아 온 유해를 화장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 묘를 파묘하고 새롭게 합장 형태로 조성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유해 화장은 묘소 옆 도로변에서 LPG 가스통을 이용해서 인부들이 수작업으로 진행했다(산불 우려 때문에 산속 묘지에서는 하지 않았다).
묘지 조성에는 포크레인이 동원 되었다. 포크레인은 기존 묘지에 있었던 쓰지 않을 비석을 무너뜨리고, 묘지 앞에다 묻어버렸다. 봉분이 있던 자리를 파내고, 봉분의 흙을 이용해 주변을 평평하게 다지고 무덤 주변으로 얕으막한 담인 곡장을 쌓았다. 인부들은 포크레인이 다진 땅 위에 측량으로 중심을 잡았고, 유골함을 묻고 새로 제작한 비석을 세울 곳을 정했다. 야트막한 경사지에 비석을 세워야했기 때문에 꽤나 섬세하게 작업을 진행해야했다. 작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인부들은 틈틈히 잔디를 심었다. 비석을 놓을 받침돌과 비석은 접착제로 부착했다.
점심시간에 인부들은 배달된 식사를 먹고 휴식을 취하고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 작업을 시작했다. 점심 이후 작업에는 비석과 상석의 수평을 맞추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이 들었다. 우선 돌을 산 아래에서 옮겨와야 했기 때문에 포크레인이 두 어번 왔다 갔다 했다. 기초적인 작업이 끝난 포크레인은 묘지 주변을 평평하게 다지면서 묘소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정리해 주었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나무가 한 번에 부러지는 걸 보고 포크레인의 힘이 대단하다 싶었다. 전체 작업 시간은 이장에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고, 화장 시간과 마무리까지 모두 다해서 5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오전 7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작업이 마무리되고 고모할머니께서 준비해 오신 음식을 조상님께 올리고 절을 드리고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인부분들이 시골분들이고 묘지 이장이라는 험한 일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다소 거친면이 있었다. 계약서 상에 명시되지 않은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서 다소 당혹스러웠다. 마치 관행처럼 여겨지는 듯했다.
인부들이 요구한 것은 연초(담배) 한 보루 제공, 커피, 추가적인 수당이었다. 담배와 커피는 점심 식사가 끝난 후 직접적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따로 이에 대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읍내까지 나가서 담배와 커피를 사다 주었다. 추가 수당은 포크레인으로 상석을 내려놓을 때 조상님들을 위한 노잣돈을 올려놓으라는 방식으로 요구했다. 인부들이 유골도 만지고 화장도 하고 궂은일을 많이 했으니 목욕도 하고 사우나도 하고 술 한 잔 하는 비용으로 쓰겠다는 명분이었다. 현금이 있어서 바로 줄 수 있었지, 요즘 같이 현금 없는 사회에서 현금이 없었다면 읍내에 또 한 번 다녀올 뻔했다. 무엇보다 계약에도 없는 내용을 갑작스럽게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괜히 시골 사람들에 대한 편견만 더해졌다.
비록 할아버지 말고는 직접 얼굴도 한 번 못 뵌 조상님들이지만,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편하게 쉬셨으면 하고 바라본다. 편히 쉬시고 후손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주시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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