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에서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했다. 발령 2년 차 신규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다. 아직 사건의 전말이 공개되지 않아 언급하기에는 조심스러우나, 유가족과 주변 지인들의 증언을 종합해 봤을 때 몇몇 학부모의 도를 넘은 간섭과 민원 제기(한 마디로 갑질)가 새내기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주된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억눌려왔던 학교 내의 온갖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들어나는 모양새다. 학교폭력 처리, 학부모의 과다한 민원 제기, 아동학대 위협, 교권 붕괴, 교사 처우 등 최근 교사들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언론을 통해 다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서울서이초등학교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할에 있는 초등학교이다. 서울특별시에는 서울시교육청 산하에 총 11개의 교육지원청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근무를 희망하는 교사가 많아 5년을 근무하면 다른 교육지원청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초등교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 기피지역이 되어버렸다. 근무기간 5년 제한은 근무기간 10년으로 늘어났고, 이마저도 조만간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글에서는 왜 교사들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는 2022년 10월 기준 56개의 공립초등학교와 1개의 사립초등학교가 있다. 관내 초등학교에는 1,885 학급과 47,511명의 학생이 있고, 3,094명의 교원이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이다.
최근 3년간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초등교사 전출입 현황을 보면, 3년 모두 강남서초교육지원청으로 전입한 교사보다 타 지역으로 전출한 교사 수가 많다.
전입보다 전출이 많으니 누군가는 이 자리를 채워야 한다. 이 자리를 채우는 건 바로 신규발령 교사들이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다른 교육지원청에 비해 젊은 신규교사가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은 교사들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을 회피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관할 지역은 강남구와 서초구이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누구나 아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 지역이다.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 사회적 지위가 높다. 이 지역에 사는 모든 부모들은 아니겠지만, 실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 근무했던 교사들의 에피소드를 들어 보면 상당한 수의 부모들이 교사를 자신들보다 낮은 지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강남 뿐 아니라 학부모의 교육열이 강하고 치맛바람이 센 곳, 학부모들 사이의 경쟁심이 강한 곳은 전반적으로 학부모의 민원이 많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학부모의 민원은 곧잘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학부모의 소득과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지역이라 학부모가 소송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소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교사를 궁지에 몰아넣는 경우가 있다. 상대적으로 법률에 취약한 교사와 학교는 소송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학부모에게 수긍하거나 의견을 굽히기도 한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국평 아파트 가격이 20~30억을 넘을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동산 가격이 비싼 지역이다. 초등교사의 경우 해당 지역에 거주지가 있어야 해당 지역(관내)의 학교로 발령이 난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강남서초교육청에 들어올 수 있는 지역은 강남구, 서초구, 경기도 성남시, 경기도 용인시 거주자가 전부이다. 문제는 위 지역들이 전국에서 집값이 높기로 소문난 지역이라는 데 있다. 집값뿐만 아니라 생활 물가도 타 지역에 비해 비싸다. 교사의 소득 수준이 절대적으로 낮은 건 아니지만, 비슷한 학력이나 스펙을 가진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경우엔 낮은 편이다. 전문직, 맞벌이 대기업 종사자, 고소득 자영업자 등의 소득을 일개 공무원인 교사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위 지역에 거주하는 교사가 적으니 발령 낼 교사가 적다. 신규교사는 발령 시 거주지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빈자리에 발령이 나기 때문에 신규교사는 강남서초교육청으로 대거 발령이 나고 있다.
초등학교 문화는 학교 바이 학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교마다 제각각이고 요즘 들어 전반적으로 개인주의적인 모습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하교한 후 학교에서 교사들끼리 삼겹살을 구워 먹거나, 방학식 날 1박 2일 단체 친목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는데 요즘 이런 학교는 거의 없다(지금 보면 참 낭만이 넘치는 시대였다). 그러나 내가 10년 조금 넘게 서울에서 근무하면서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내 학교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 중 긍정적인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대표적인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57개나 되는 초등학교가 있으니 일부 학교의 사례로 전체 지역을 평가하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유독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만 이런 이야기가 자주 들려오는 데에는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자체가 가지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해 볼 뿐이다.
정확한 통계자료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에서 제시한 근거가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교육청 관계자가 아니기 때문에 민원수에 대한 통계를 집계할 수 없고, 교사의 거주지 정보는 매우 중요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알 수가 없는 자료이다.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인가 보다'라고 참고만 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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