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초에 아들이의 두 돌이 지났다. 아기가 태어나고 지난 2년간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 세상도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나와 아기 엄마도 아이를 돌보고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19는 진정세에 접어들었으나, 정신없는 육아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육아는 참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왜 요즘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안 낳는지 알 것 같다. 다들 똑똑해서이다. 젊은 사람들이 아기를 낳는 것이 자신들의 행복과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떻게 해보지도 않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그저 놀랍다. 아이와 함께하며 즐거운 순간도 있지만 말 그대로 순간이다. 절대다수의 시간은 뒷바라지와 인내, 노동, 피곤, 불안의 시간이다. 특히 아이의 발달이 늦거나 신경 쓸 일이 생기면 불안은 두 배가 된다.
우리 아들이는 발달이 느린 편이다. 걸음마부터 느렸다. 돌이 지나고 14개월 정도가 되어서야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 걸음마가 느렸던 만큼 걷기를 빠르게 익히긴 했다. 걸음마가 느려서 돌 때 걱정을 많이 했었더랬다. 두 돌이 지난 지금은 다른 걱정을 하고 있다. 바로 언어 발달이다. 주변의 많은 아기들이 두 돌 전에 말을 하기 시작한다. 말을 잘하는 아기들은 단어와 단어를 연결한 내용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아들이는 엄마, 아빠, 까까, 냠냠, 빵 정도를 제외하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거의 없다. 입으로 계속 소리를 내긴 내는데 말 그대로 옹알이 수준이다. 옹알이의 소리가 예전보다 다양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두 돌이 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 마음은 더 초조해진다. 말이 트여야 육아의 난이도가 조금 내려간다는데 말이 늦어지니 육아의 난이도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기도 답답한지 떼를 더 쓰는 것 같고, 점점 커지고 힘이 세지니 떼 부릴 때 통제하는 것도 힘이 더 들어간다. 아기는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하태평이다. 놀면서 그저 좋다고 웃고 신나서 뛰어다닌다.
역시나 예상대로 2세 발달 검사 결과 아들이는 추적검사 요망이 나왔다. 소근육 운동과 언어, 사회성, 자조에서 점수가 낮은 편이었다. 의사의 소견에 언어영역과 자조 영역의 추적검사를 권고한다고 적혀있었고 의사와 상담할 때도 의사가 언어발달과 관련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발달 검사 결과 언어 점수가 충격적이었는데 24점 만점에 3점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아직 두 돌 밖에 되지 않아 언어 쪽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에는 다소 이르다. 두 돌이 지났음에도 말문이 트이지 않은 아기들은 많다. 예전에는 아기가 말이 느려도 조금 기다려본다는 경향이 강했으나, 요즘에는 조금만 느려도 언어 발달과 언어 치료를 시작하는 분위기이다. 아기의 발달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이와 관련된 종사자들이 늘었고 시장이 커진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기의 언어 치료를 벌써 시작하는 것에 부정적인 감정이 있었으나 아내가 필요성을 강력하게 역설해서 해보기로 했다.
언어 발달이 느리니 다른 발달이 빠를 수가 없다. 자조 영역도, 사회성 영역도 점수가 평균보다 낮은 편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언어만큼 심각한 편은 아니었다. 우선은 언어에 포커스를 둬야할 것 같다. 이해는 곧 잘하는데... 이해와 언어 발화는 다른 문제인가 보다.
우리 아들이의 몸무게는 12kg을 넘어섰다. 100등 중 43등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머리둘레는 100등 중 34등 수준으로 대두 아기이다. 키도 평균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10등 중 90등이다. 키 번호 10번이라는 이야기이니 안타깝다. ㅠ 엄마, 아빠가 작아서 어느 정도는 유전적인 한계가 있다는 걸 감안하고 있다. 운동이나, 영양소 섭취 등 후천적인 요인을 통해 아들의 성장을 도와줄 계획이다.
미디어 노출은 시키지 않고 있다. 엘리베이터 광고 화면 보고 영상통화로 할아버지, 할머니랑 통화하는 것 말고는 영상 매체를 접하지 않고 있다. 소아과에서도 말이 트이기 전에 영상 매체에 아기를 노출시키는건 좋은 결정이 아니라고 했다. 주변에서 외식할 때 아기와 함께 밥을 먹으려면 미디어 시청은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그래서 우리 집은 외식을 하지 않는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포장을 해와서 먹는 편이다. 날이 추워지니 순댓국 집에서 뚝배기에 담긴 따끈한 순댓국이 그리워지긴 한다. 결혼하기 전에 아내와 많이 먹었었더랬다.
포크질은 곧잘 하는 수준인데 숟가락질이 서툴다. 아기에게 숟가락을 맡기고 직접 떠먹게 연습을 시켜야하지만, 엄마 아빠의 뒷정리에 대한 게으름과 아들이의 식사에 대한 열정 부족으로 연습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다른 아기들은 집에서 밥을 어떻게 먹는지 모르겠는데 아들이는 한 곳에 앉아서 밥 먹기를 힘들어한다. 내년부터 어린이집에 보낼 계획이라서 집단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어느 정도는 아이의 행동을 잡아줘야 하는데 걱정이다. 육아를 도와주고 계시는 장인, 장모님이 손자를 데리고 빵집에 가는 걸 좋아하신다. 아들이가 빵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빵집에 자주 안 가셨으면 좋겠다. 유기농 빵집에 가시긴 하지만 그래 봤자 빵이다. 우리나라 빵에는 밀가루에 설탕, 버터, 소금이 가득 들어가 있다. 여기에 맛들 리면 엄마가 해준 밥은 맛없다고 잘 먹지도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조짐이 보인다. 밥을 잘 안 먹으려고 해서 빵을 중간에 조금씩 줬더니 밥을 더 안 먹으려고 한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이 일로 아내와 다툰 적이 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산책하는 중에 바닥에 드러눕고 앉는 행동을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이번 달 들어서는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행동이 거의 없어졌다. 대신 꽃잎과 풀잎을 사정없이 뜯어댄다. 살아있는 생명이라 뜯지 말고 쓰다듬어 주라고 "안돼, 쓰담쓰담" 하면서 말해주고는 있다. 구청에서 탄천 다리에 국화꽃 화분을 놔뒀는데 개화하기 전 꽃봉오리 상태의 국화 뜯기를 그렇게 좋아한다. 꽃봉오리에서 국화꽃의 응축된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그 향기가 좋은가보다. 도무지 아기의 취향은 알 수가 없다.
집에서는 이불에 눕고 구르기에 심취해있다. 날이 추워져서 푹신한 겨울 이불로 바꾼 이후로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겨울 이불의 푹신함과 부드러움에 아들이가 반해버린 것 같다. 문제는 아들이가 이불을 혼자 독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불 위에 자기만 앉고 누워야지 엄마나 아빠가 이불에 올라가면 아들이의 푸시가 시작된다. 엄마 아빠는 이내 이불 위에서 밀려나고 만다. 아들이는 어려서부터 욕심이 많았다. 지금도 그렇다. 장난감 자동차도 손에 가득 쥐고 옮긴다. 외출을 할 때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서 뭘 가져가야 할지 항상 고민한다. 장난감 자동차를 너무 많이 가져가려 해서 몇 개는 빼고 가져가게 한 적도 많다. 먹는 것도 무조건 큰 조각부터 먹는다. 포도든 사과든 배든 소고기든 큰 조각을 달라고 한다. 작은 조각을 주면 심지어 뱉은 적도 있다. 이불 놀이 말고도 까꿍 놀이, 블록 놀이, 그림 그리기, 책 읽기, 장난감 가지고 놀기 등 다양한 것들을 하고 있다.
아들이는 엄마를 좋아한다. 너무나도 좋아한다. 엄마가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 밖에서 강아지처럼 기다린다. 빨리 안 나오면 울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엄마와 헤어지는 모든 순간에서 이렇게 엄마를 찾는 건 아니다. 외할아버지를 잘 따르는데 외할아버지가 있으면 엄마가 없어져도 괜찮다. 그러나 엄마나 외할아버지 모두 없는 상황에서 아빠나 외할머니에게 남겨지는 상황이라면 때때로 아주 크게 울기도 한다. 우는 게 살짝 우는 게 아니고 거의 자지러질 정도로 운다. 우리 아들이는 울음이 심하다. 아빠도 어렸을 때 울음이 심한 편이었는데(한 번 울면 잘 안 그침) 아들이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다. 유전자의 힘은 강력하다. 아들이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안정애착이 잘 형성이 된 건지, 아니면 애착 형성에 문제가 생긴 건지 걱정이 된다. 육아는 정말 걱정의 연속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옛말이 있는데 가지가 하나만 있는 나무에도 바람 잘 날은 없다.
예나 지금이나 고집이 세다. 이건 아들이가 타고난 기질인 것 같다. 아기가 갖는 기질적인 모습은 부모가 고쳐줄 수 있는 요인이 아니고 그냥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그저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게 도와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알 수는 없지만 놀이할 때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산책할 때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 그 생각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떼를 부리고 울고 보채기 시작한다. 우리 부부는 아기의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면, 아기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가능하면 할 수 있게 해주는 편이다. 간혹 난감한 경우가 산책 중 울타리 너머 풀숲에 들어가겠다고 할 때다. 엄마나 외할아버지는 이런 것도 잘 받아주지만 나는 잘 내키지 않는다.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겠으나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전반적으로 허용적인 양육 태도를, 반대로 나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양육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접점을 찾아나가야 하는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든다. 결국 해결 책은 대화겠지?
자동차를 좋아한다. 동물도 좋아하고 최근에는 공룡에 대한 관심도 조금 생겼다. 공룡을 말할 수는 없지만 공룡의 이름은 알고 있다. 덕분에 아빠도 공룡 공부중이다. 브라키오사우르스, 스테고사우르스가 웬 말이니... ^^:;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는 자동차에도 관심이 생긴 것 같다. 변신을 시켜달라는 건지, 자동차 상태를 유지해달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변신 가능한 자동차를 가지고 와서 내 손에 쥐어준다. 변신 자동차를 받을 때마다 아빠는 이걸 바꿔줘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둬야할지 고뇌에 휩싸인다.
대소변훈련은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다. 소아과 의사선생님 말이 아기가 말이 트여야 대소변훈련이 용이해진다고 했다. 말이 트이지 않은 아기를 상대로 대소변훈련을 하는건 힘들다고... 그래서 지금은 아기용 변기만 사서 거실에 두고 있다. 가끔 아들이가 가서 변기에 앉는데 그럴 때마다 박수를 쳐주고 있다. 똥 오줌과 변기를 언제쯤 연결할 수 있게 될까? 기저귀만 떼도 훨씬 낫다고 하던데... 그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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