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던 중 재밌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분당과 목동 중 어디가 더 살기 좋으냐는 글이었다.
분당에는 처가가 있어서 자주 가고 목동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라 두 곳을 간접적으로나마 비교할 경험적 증거는 나에게도 있긴 있었다. 그러나 좀 더 객관적으로 비교해보고 싶어서 비교의 자료를 남겨보려 한다.
비교 전에 먼저 가정해야할 것들이 있는데 두 곳 모두 살기도 좋고 가격도 비싼 곳이라는 것이다.
얘기가 나와서 비교를 해보는거지 사실 어디가 더 얼마나 좋은지는 사는 사람의 특징에 따라, 직장 위치에 따라, 가족과의 거리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칼로 무를 자르듯, 스포츠에서 승부가 결정이나듯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냥 재미와 객관적 사실 확인 정도로만 살펴보면 충분하다.
팩트 체크
그 전에 먼저 저 글의 사실성부터 확인해보자.
첫 번째, 둘 다 아파트 가격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정말 과연 분당과 목동의 아파트 가격이 비슷할까?
먼저 목동의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목동신시가지7단지 아파트의 가격 정보부터 확인해보자.
완공된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라 큰 평수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전용 66 제곱미터의 시세가 20억정도 한다.
다음은 분당이다.
분당의 범위가 굉장히 애매하긴 한데 일단 분당구로 잡는다면 판교도 포함이니 판교부터 살펴보자.
판교역과 현대백화점 판교점 바로 앞에 있는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의 가격이다.
와 여기는 전용 97제곱미터가 26억에 나오고있다.
26억이라니... 너무 금액이 커서 믿기지가 않는다. ㄷㄷ
판교는 아파트 평수가 다 큰 편이라 목동7단지처럼 소형 평수의 매물이 없어 직접 비교가 어렵다.
제곱미터당 단가로만 따지면
- 목동: 20억 / 66 = (제곱미터 당) 약 30,300,000원
- 분당(판교): 26억 / 97 = (제곱미터 당) 약 26,8000,000원
정도 계산이 나온다.
물론 평당 단가로 따지면 소형 평수가 더 비싸기 때문에 완벽한 비교라고는 할 수 없겠다.
그럼에도 30년이 넘은 구축의 목동 아파트가 더 비싸다.
아무래도 용적률의 차이가 시세를 좌우한 것 같은데 목동7단지의 경우 용적률은 125%,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의 용적률은 199%다. 목동7단지의 재건축 가능성에 프리미엄이 붙은 것 같다.
판교가 흔히 말하는 분당은 아니지 않느냐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분당신도시 내의 아파트 한 곳도 가져와봤다.
분당에서 고른 단지는 신분당선 정자역을 통해 강남까지 20분 내로 도착할 수 있고 리모델링 이슈가 있는 느티마을3단지다.
전용 67제곱미터가 14억원에 올라와있다.
비슷한 면적의 목동 7단지가 20억임에 비하면 목동이 분당에 비해 가격이 유의미하게 비쌈을 확인할 수 있다.
너무 목동 대장아파트랑만 비교한거 같아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중에 가장 입지가 떨어지는 11단지도 살펴보았다.
목동11단지의 전용 66제곱미터 시세가 14억~15억정도 한다. 분당의 느티마을3단지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즉 위 커뮤니티 글에서 두 곳의 가격이 비슷하다는 말을 사실이 아니다.
단지와 단지로 비교하면 비슷한 단지도 있지만 비슷한 조건으로 급이 같은 대장급 단지로 비교해봤을 때
목동이 분당보다, 심지어 판교보다도 더 비싸다.
두 번째 글의 내용을 검증해보자. 강남 접근성은 분당이 더 좋은가?
이건 상식적으로 봐도 맞는 말인듯 하지만 시간을 한 번 찍어보았다.
각 지역에서 대중교통이 가장 좋은 지역으로 골랐다.
목동역에서 강남역까지,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 대중교통과 자동차로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보았다.
비록 요금을 1,000원이나 더 내야하긴 하지만 순수 시간만으로만 따지면 대중교통을 통한 강남 접근성은 분당이 목동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로 가는 경우 정체가 없는 시간(주말 밤)임을 고려하면 두 곳 다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거리도 비슷하고 걸리는 시간도 비슷했다.
두 번째 글의 내용은 어느정도 사실이었다.
목동과 분당의 장점
내가 생각하는 두 곳의 장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목동
목동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아주 아주 우수한 학군이다.
학군은 아파트 값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목동 학군은 강남구의 대치동, 노원구의 중계동 학군과 함께 서울 3대 학군으로 뽑히는 지역 중에 하나다.
학생들이 많아서 서울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인원수가 20여명임에 반해 목동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는 26명이 넘는다. 학생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몰려있다는 뜻이다. 목동 아파트단지 상가들에 위치한 학원에 다니기 위해 학생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되면 모여들기 시작한다.
낮은 용적률과 쾌적한 환경도 목동이 가진 장점이다.
목동아파트 단지는 1980년대에 조성된 신시가지로 저층과 고층의 조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단지이다. 실제로 앞단지로 불리는 1~6단지에는 5층짜리 저층 아파트가 많이 보인다. 덕분에 높은 대지면적을 보유하여 재건축 사업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도 장점.
오목공원, 파리공원, 양천공원 등의 공원들이 곳곳에 퍼져있고 단지 안에 심어져있는 엄청난 나무들도 쾌적한 단지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단지의 동쪽으로 흐르는 안양천의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옛날에 만든 도시답지 않게 인도가 시원시원하게 넓어서 보행자 중심의 환경을 갖춘것도 목동의 장점 중 하나이다.
그리고 마지막 최고 프리미엄은 바로 목동은 서울이라는 것이다.
요즘 서울프리미엄 장난아니지 않은가.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주변 경기도의 아파트 가격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꽤 남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목동이 서울 서남권에 치우쳐있는 입지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이 있어도 서울은 서울이다.
다음은 분당.
분당 역시 목동과 비교될 만큼 장점이 흡사하다.
목동 학군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경기도 안에서만 본다면 분당 학군도 다른 곳에 비해 유명한 편이다.
여유가 되는 집은 아예 그냥 학생을 대치동으로 아이를 싣어나르는 경우도 본적이 있다.
쾌적한 환경도 역시 목동처럼 분당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분당 중앙에 중앙공원이 위치하고 작은 놀이터와 공원들이 단지 곳곳에 퍼져있다. 그리고 분당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탄천 산책로도 이용할 수 있다.
목동과 다르게 분당이 가지는 장점은 교통이다.
분당수서로, 분당내곡로, 경부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등을 통한 강남과의 접근성이 우수한 편이며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지방으로 나가기도 편리한 위치다. 다양한 행선지를 가진 빨강색의 버스들이 광화문과 강남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사람들을 싣어나르고 있으며 분당선, 신분당선, GTX-A(예정) 등의 철도 교통으로 강남과 연결되어 있다.
판교를 분당으로 본다면 우수한 일자리가 많은 것도 분당의 장점이다.
판교테크노벨리의 수준 높은 일자리를 바탕으로 배후지역에 안정적인 주거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목동 역시 가까운 곳에 마곡이라는 새로운 업무단지가 조성되어 어느 정도 배후 일자리가 생긴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이다.
목동과 분당 두 곳 모두 상업시설이 풍족한 편이며(공교롭게도 두 곳 다 현대백화점이 입점해 있다), 굳이 다른 중심지로 나가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 안에서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화점 등의 편의시설의 수는 분당이 더 많으나 이건 두 지역 규모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목동은 2만 7천여 가구, 분당은 9만 7천여 가구)
목동과 분당의 단점
두 곳은 특징이 비슷한만큼 단점도 비슷해보인다.
우선 가장 큰 단점은 두 곳 다 단지가 노후화됐다는 것이다.
목동은 30년이 넘었고 분당은 30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 지어지는 신축 아파트들에 비해 구조는 불편하고 안전성면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주차시설이 극악이라 두 곳 다 입주민들이 아파트임에도 심한 주차난을 겪고 있다.
목동의 단점은 하나 밖에 찾을 수가 없었는데 바로 교통문제다.
목동은 서울 안에서도 대중교통이 좋지 않은 곳으로 꼽힌다.
일단 각 단지에서 지하철역까지 거리가 먼 편이다.
노선은 3개나 지나가지만 9호선은 너무 북쪽으로, 2호선 지선은 너무 남쪽에 치우쳐 지나가고 있다.
중심을 지나는 5호선 역시 7단지나 8, 9단지 정도를 제외하고는 도보로 이용하기 불편하다.
뒷단지들은 버스를 타고 안양천을 건너 신도림이나 구로역으로 가는게 더 빠를정도.
도로교통도 역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데 서울의 상습 정체구간중 하나인 경인고속도로-국회대로, 서부간선도로가 목동 지역을 지나고 있다. 서울과 서울 근교의 서남부 지역에서 오는 차들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위치에 있어 차량이 구조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지역 내에서는 중심상가를 지나는 일방통행로가 사람들의 혼란을 일으키지만 이건 초행길인 사람에게나 적용되는 이야기니 패스.
이제 분당의 단점을 살펴보자.
분당의 가장 큰 단점은 재건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살기도 좋고 교통도 좋고 학군도 괜찮은데 아파트는 늙어간다. 다시 짓고 싶은데 용적률이 발목을 잡고 있다.
목동과 다르게 1기 신도시들은 대부분 용적률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최대로 써버렸다.
종 상향이나 다른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한 사업성이 없기 때문에 몇몇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최근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4단지에서 리모델링 추진이 결정됐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정리
서두에 말한대로 분당과 목동 둘 다 매우 좋은 동네다.
나에게 만약 어느 누가 "둘 중에 한 곳에 집 줄테니 가서 살아라" 라고하면 당장 절하고 가서 살 정도로 좋은 동네다.
좋은 동네이니만큼 두 곳다 가격이 비싸고 커뮤니티에 저런 비교글도 올라오는게 아니겠는가.
목동과 분당 모두 재건축, 리모델링 계획대로 잘 되고 살고 계신 분들 쾌적하게 잘 사셨으면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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