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동산 재개발 역사에 남을만한 역대급 알박기가 나왔다. 한때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광훈 목사가 운영하는 사랑제일교회가 역대급 알박기 성공의 주인공이 되었다. 사랑제일교회와 장위 10구역 알박기에 대해 정리해봤다.
사랑제일교회는 1983년 전광훈, 서미영 전도사 부부가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상가건물을 임대해서 처음 시작했다. 교인이 늘어나고 규모를 키워 1995년 현재의 교회 건물로 이전하였다. 지금은 등록된 교인만 3,000명에 이르는 중견 교회이다.
사실 이 교회가 지금처럼 유명해진 데는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우선 담임목사 전광훈이라는 사람의 정치적 행보이다. 전광훈 목사는 태극기 부대의 수장 격으로 정교분리의 원칙은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극우 스탠스를 대내외적으로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반 시민들과 많은 마찰이 생겼고 지금도 생기고 있는 중이다. 2020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까지 했다. 전광훈의 정치 행보는 2021년 6월에 정당인 국민혁명당(현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기까지 이른다. 이쯤 되면 목사의 탈을 쓴 정치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사랑제일교회는 민폐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한참 맹위를 떨치던 2020년, 기어코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광복절에 대중집회를 강행함으로써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일으키는데 일조했다. 이후 허위 명단을 제공하고 방역 활동을 직접적으로 저지하기도 해서 많은 욕을 먹었다. 이 사건으로 수도권에 2차 코로나 대유행이 돌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매우 큰 피해를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사랑제일교회의 이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랑제일교회는 재개발과 알박기와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사랑제일교회가 위치한 장위2동 일대가 장위 뉴타운 10구역으로 지정되어 재개발이 추진되었다. 2019년까지 모든 주민이 이주한 후 재개발 착공 계획이 잡혀있었고 사랑제일교회도 이에 동의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2020년 3월, 99%의 주민이 이주를 마친 시점에서 사랑제일교회가 갑자기 교인 감소와 재정 손실 등을 명분으로 기존 보상금인 110억 원의 5배에 이르는 563억 원의 보상비를 요구하며 퇴거를 거부한다. 원래 규모보다 더 큰 규모의 예배당을 짓겠다며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한 것이다.
재개발 조합에서는 당연히 이에 법원에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2년에 걸친 소송 끝에 1,2,3심 모두 재개발 조합이 승리하였다. 법원 판결 이후 총 6번에 이르는 강제 집행 시도가 있었으나 사랑제일교회에서는 수백 명의 신도들과 지게차, 소화기, 화염병까지 동원해 이를 막아냈다. 강제 집행을 막아내면서 동시에 교인들이 재개발조합 사무실, 법원, 조합장 자택 등지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재개발 조합 입장에서는 3년 가까이 사업 추진이 늦춰짐으로써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다. 둔촌 주공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이 곧 돈인 재개발 사업에서 시간이 늦춰지는 건 결코 조합과 조합원에게 유리한 일이 아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사업을 빨리 완성시키는 게 돈을 아끼는 최고의 방법이다.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재개발 조합이 가진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시간 끌기 작전을 벌였고 결과는 결국 성공이었다.
2022년 9월 6일, 장위 10구역 조합 총회에서 조합원 423명 중 221명이 찬성하여 사랑제일교회가 요구한 50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이렇게 결의할거였으면 차라리 2020년 10월에 있었던 총회에서 당시 사랑제일교회가 요구했던 157억 요구에 합의를 보는게 나았겠지만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조합원들은 원래 사랑제일교회 부지를 제외하고 다시 사업을 추진하려했으나 모든 행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데서 오는 시간 지연, 원자재와 임금 상승으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 둔촌주공 사태를 통해 본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가지는 시간의 중요성 등을 종합했을 때 사랑제일교회가 요구한 보상금 500억 원보다 더 큰 손해가 난다고 판단했다.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점은 소송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패배한 것과 진배없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단이 이렇게 만만한 것이었나? 어떻게 법원의 강제 집행이 6차례나 무산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울화통이 치미는 건 사랑제일교회의 요구 조건을 다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장위 10구역 조합원들일 것 같다. 사랑제일교회가 정말 정말 싫었을 것이고 교회에게 단 한 푼의 과도한 보상금도 주기 싫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교회의 이득이 결국 자신들의 이득과 같음을 확인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법치의 무서움을 알게 하려면 어떻게든 법원의 판단을 고수했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은데 당장 눈앞에서 수백억이 왔다 갔다 하는 조합원들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나의 이익 앞에서는 법원 판결도, 정의도, 법치도 사라지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참 안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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