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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간의 육아휴직 연습 - 아이고 삭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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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하는 아내는 새학년 준비를 해야한다며 이번주 화, 수, 목 3일을 출근했다.

그래서 3월 1일부터인 육아휴직 체험을 본의 아니게 조금 일찍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내는 육아에 서툰 남편을 위해 많은 것들을 미리 미리 준비해뒀다.

아기가 먹을 유아식을 미리 식판에 담고 냉장고에 넣어놓아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하면 먹을 수 있게 세팅해줬고, 설거지도 그때그때 하지 말고 몰아서 하라고 여분의 물병도 추가로 구매해줬더랬다. 그 외에도 방학동안 아기와 놀수 있는 흥미로운 장난감도 당근마켓으로 틈틈히 확보해 놓는데 성공했다.

 

준비가 끝나고 아내는 화요일에 집을 떠났다.

3일 내내 아내는 원래 출근시간보다 2시간여나 늦게 집을 떠났다. 아침에 무기력한 나(아침잠이 매우 많은 편이다)를 위해 아기의 아침을 먹여주었다(연습 기간이기 때문에 나름의 서비스를 제공해준듯 싶다. 고마우이~).

 

아내가 떠난 9시 30분부터 아내가 돌아오는 오후까지는 온전히 나와 아기만의 시간이었다.

이미 어느정도 알고는 있지만, 아내가 준비해준 루틴 종이를 참고하여 아기와 시간을 가졌다.

 

우리 아기는 아들인데 정말 잘 움직인다. 모든 아들은 이런가?? 비슷한 또래의 다른 아들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는데 본 아들들 중에 이렇게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아기는 없었다. ㅠ 엄마 아빠 모두 그렇게 신체 활동을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데 누구를 닮은건지 원 ㅎㅎ

 

작은 집의 온 방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서랍장을 열어서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고, 연필꽂이 안에 있는 필기구를 다 흩뿌리고,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이란 책은 다 꺼내서 읽어달라고 한다. 서로 호환이 안되는 기구를 가져와서 책에 가져다 대고는 소리가 안 난다며 울기도 한다. ㅠㅠ 

 

아내와 함께 있을 때는 아기를 아내와 번갈아 보거나 같이 봤기 때문에 나 혼자 온전히 책임져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아내가 휴직에 들어간 지금 이 모든 것들은 이제 온전히 나의 몫이 되었다. 부담과 걱정을 느낀 것도 잠시, 그렇게 실전은 바로 시작되었다.

 

아들이와 함께 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 몇 가지를 기록으로 남겨둔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들이?

엄마가 떠난 후 아기와 놀고 있는데 엄마의 옷을 집어와서 매트 위에서 뒹굴거리며 놀았다.

옷에서 엄마의 체취가 느껴졌나보다(아빠피셜).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너의 샴푸향이 느껴진게 아니고 걸려있는 옷들 속에서 엄마의 체취가 느껴진거니?

 

정리는 누가 하니??

나는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집에 집 다워서 아기가 별로 집을 안 어지럽히고 노는 줄 알았다(주말에는 그때 그때 치워서 해당사항이 없었음). 근데... 혼자서만 애기를 보다보니 도저히 아기가 어지럽히는걸 치우면서 놀아줄수가 없었다. 일단 한 번 벌려놓으면 벌려놓은 상태로 놔뒀다가 아기가 낮잠을 잘때 비로소 정리할 수 있었다. 아내도 내가 오기 전 아기가 낮잠을 잘 때 다 정리해놓고 청소해놓은 것이었다. ㅠㅠ

 

어지럽히는건 아들이가, 청소는 아빠가 하는걸로...

정리는 누가...??

 

물건을 아무데나 두지 말자

발렌타인데이 기념으로 사놓은 새콤달콤이 하나 있었다. 다 먹고 딱 한 개가 남아있었는데 하필이면 그게 내 책상 위에 있었다. 엄마 아빠의 책상 위도 놀이터로 활용하는 아들이에게 새콤달콤이 눈에 띄지 않을리가 없었다. 목표물을 포착하고 바로 사냥에 성공. 그때부터 껍질을 벗기더니 자기 손에 꼭 쥐고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 생각은 별 문제 없을거라 생각했다. 다행히 먹으려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문제가 발생했다. 아기의 따뜻한 손 안에서 새콤달콤이 녹기 시작한 것이다. 새콤달콤이 녹으며 아기의 손은 점점 찐득해져갔고, 그 손으로 여기 저기를 다 만지고 다니는 아기를 그냥 뒀다가는 이후 청소가 감당이 안될것 같았다. 그래서 급하게 아기의 손에 있는 새콤달콤을 뺏어서 잽싸게 먹어버렸는데...

 

아뿔사. 실수였다. 아기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멋쩍여졌다. 아빠의 잘못이었다. 애초에 거기에 놓아 놓으면 안되는 물건이었는데. ㅠㅠ 아들이에게 미안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다른 장난감으로 어르고 달래서 울음을 진정시키긴 했으나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은 숨길수 없었다. 

 

다음에는 물건을 잘 간수해야겠다는 육아 팁을 하나 얻었다.

덩그러니 봉지만 남겨진 새콤달콤...

 

3일 간의 종일 육아 후기

일단 몸이 메롱이 되었다.

무엇보다 허리가 너무너무너무 아팠다. 다른건 다 빼고서라도 허리가 아픈게 제일 힘들었다.

낙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기가 높이가 있는 곳에서 생활할 수 없어 좌식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게 진짜 허리에 직빵이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자세로 수험 생활과 고단한 행정 업무로 수 십년간 고통 받아온 나의 허리에게 육아로 인한 부하는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었다. ㅠㅠ 허리가 아파서 아기가 놀아도 바닥에 그냥 누울 수 밖에 없었던 적도 몇 번 있었다. 불과 3일 동안 이랬는데 앞으로 반 년을 내 허리가 버텨줄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아니지만 화요일 전부터 몸살 기운이 있었다.

이 와중에 온전히 아기와 하루 반나절 시간을 보내다보니 몸이 축나기 시작했다. 아내가 집에 와서 기진맥진 녹초가 된 나의 모습을 보고 놀랐을 정도다. 지금은 몸이 좀 나아졌는데 어제는 오한기운도 있어서 진짜 힘들었다. ㅠ 

 

점심 먹을 시간이 없다.

식탁에 앉아서 뭘 먹을라치면 아기가 점심을 다 먹었음에도 호기심에 식탁에 앉은 아빠 다리를 붙잡고 올려달라고 떼를 부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올려주면 그때부터 아빠의 음식이 자기 것인 마냥 포인팅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16개월 아기가 먹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음식이 대부분이라... 아기는 투정 부리지만 음식에서 떼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면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도 모르고 결국 먹는 것도 포기... 아기 때문에 강제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점심은 가볍게, 저녁은 황제처럼 성대하게!!(저녁도 사실 아기 때문에 제대로 못 먹는다는게 함정 ㅋㅋ)

 

부디 3월부터 시작되는 본게임은 지금보다 나의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나아져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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