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세는 같은 단지라도 동별, 층별, 태양이 들어오는 방향, 경치 등의 요인으로 다르게 형성된다. 이중 층에 의한 시세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비슷한데 가장 저렴한 층은 누가 뭐래도 1층이다. 1층은 로열층 시세에 비해 적게는 10%, 많게는 15%까지도 저렴하게 매물이 나오는 편이다. 1층은 싸니까 무조건 나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번 글에서는 1층의 장점과 그럼에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단점의 이유, 마지막으로 1층이면서도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본다.
아래 아파트도 같은 평수에 같은 남향인데 가격 차이가 1억 5천 ~ 2억 가까이 남을 알수 있다.
아파트 1층의 가장 큰 장점은 층간 소음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있거나 층간소음 유발자로 이웃과 갈등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층간 소음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1층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운영에 따른 비용을 주민들에게 관리비로 부담시키는데 1층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비 부담이 적다(최근 신축 아파트들은 지하주차장에서 1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부담하는 경우도 있음).
1층의 가장 큰 장점이다. 1층이 가장 저렴하다는건 세대 구성원 중 어린아이, 노령자, 장애인이 있어 1층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부동산 매수 시 유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이외에도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은 층별로 차이가 매매만큼은 크지 않아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 시에도 유리할 수 있으며 1층 세대는 매매가 잘 안 되는 편이기 때문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급매물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바쁜 아침 출근 시간에 빛을 발하는 장점이다. 고층의 경우 출근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많게는 수 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1층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마트에서 장을 봤거나 무거운 짐을 옮길 때도 품이 덜 든다는 장점이 있다.
아파트에 살다보면 거의 매일 음식물쓰레기나 분리수거, 일반쓰레기를 버리러 나와야 되는 경우가 많다. 1층은 쓰레기를 버릴 때 보다 적은 이동시간으로 편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올 수 있다.
1층은 반려동물 키우기가 좋다. 반려동물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다보면 다른 이웃들과 갈등이 생길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1층에 살면 밖에 나가기가 수월해서 조금 더 산책을 자주 나가는 경우도 많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법. 위의 장점을 반대로 표현하면 그대로 단점이 된다.
비록 내가 내는 층간소음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위에서 들려오는 층간소음에 답이 없는 건 1층도 마찬가지다. 또한 층간소음이 바로 윗집에서만 내려오는 소음이 아니고 옆집, 대각선 집, 심지어 아랫집에서도 올라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층의 메리트는 더 떨어진다. 1층이 설령 층간소음은 적더라도 건물 밖에서 들려오는 차 소리, 사람 대화 소리, 통화 소리가 다른 층에 비해 더 잘 들려 생활소음에 취약하다는 점 역시 단점이다.
1층 집은 채광이 고층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앞이나 옆에있는 다른 동 건물이 해를 가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채광 시간이 짧으면 겨울에 춥고 식물 키우기 등에도 불편하다. 짧은 채광 시간은 거주자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 1층은 습도도 높다. 지면의 습기가 그대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1층은 지면과 가까운 구조상 지표면과 지하에 사는 벌레들이 많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지면과 비슷하거나 지면보다 조금 높은 1층의 경우 발코니 창을 통한 사생활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거실이나 안방 발코니 창이 단지 내 통로 쪽으로 놓여진 집이라면 오고 가는 행인들에게 우리 집 사정을 고스란히 보여줄 우려도 있다. 이외에도 발코니 바로 앞이 지상주차장인 경우 밤에 라이트 눈뽕을 맞기도 하며, 여름철에는 열어놓은 창문으로 지상주차장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매연이 그대로 집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쓰레기를 쉽게 버리는건 좋지만 문제는 그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우리 집 바로 앞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의 경우 쓰레기에서 나오는 냄새와 주변에 있는 벌레들을 생각하면 유쾌하진 않다.
1층, 특히나 아파트 1층은 풍경은 거의 포기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답답한 뷰나 막혀있는 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1층에 살라고 하는 건 고문에 가까울 정도의 고통일 것이다.
출입이 용이하다는 것은 나와 내 가족이 오고 가기 편하다는 의미지만,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도둑들에게도 출입이 용이하다는 뜻이 된다. 1층이 다른 층에 비해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쉽다. 보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코니 창문에 창살을 둘러놔야 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1층은 겨울에 아파트 하수구 배관이 얼어서 하수구에 있는 물이 역류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우리 동에서 나온 모든 하수를 집에서 볼 수 있게 되나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1층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매도가 잘 안된다는 것이다. 들어올 때 싸게 들어와서 좋지만, 반대로 내가 나갈 때도 싸게 내놔야 나간다. 문제는 어지간히 싸게 내놓아도 잘 안 나간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1층에 대한 수요층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수요는 적은데, 반대로 잘 팔리지 않으니 공급은 많다. 빠르게 팔려면 가격을 더 낮추는 수밖에 없다. 매수 시점 대비 시세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할 경우도 생긴다.
요즘 신축 아파트들을 보면 1층이 1층이 아닌 경우가 많다. 1층이나 2층을 필로티 형태의 공터로 만들어 자전거 보관소나 택배 보관소로 쓰거나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볼수 있다. 아래 아파트는 동네에 있는 더샵 분당파크리버 아파트인데 1, 2층은 시니어하우스 등 커뮤니티 시설과 통로로 비워져 있고 3층 높이부터 1층이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이런 구조의 아파트인 경우 비록 1층이지만 지면과 가까워서 생기는 벌레, 습기, 채광부족, 라이트 눈뽕, 행인들 소음, 사생활 침해, 범죄 우려 등의 문제 대부분을 피할 수 있다. 1층이지만 3층의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구조의 아파트라면 1층이어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
아래 구조의 전형적인 구축 아파트의 1층이라면 위에서 말한 문제점들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1층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내가 팔 때도 저렴한 가격에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매도가 쉽지 않으니 꼭 1층 생활이 필요한지 잘 생각하고 매수를 결정해야 한다. 1층 생활이 필요하더라도 가능하면 필로티 구조를 가진 아파트 1층을 매수하는 게 투자 가치에 있어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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