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 간의 육아휴직이 마무리되고 어느새 육아휴직을 마친지도 한 달이 되었다. 올해 3월부터 벌써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루하루는 느리지만 한 달, 한 분기, 반 년, 결국 한 해가 될 때쯤이면 참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껴진다. 휴직 당시 아들이는 16개월이었는데 이제 23개월, 두 돌을 바라보는 시점이 되었다. 찬 바람이 쌀랑 불 때 휴직을 했는데 어느새 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려는지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때 아들이 사진과 지금 아들이 사진 및 아들이가 하는 행동을 비교해보면 한 눈에 봐도 많이 컸다고 느껴질 정도로 지난 봄과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육아휴직을 마무리하는 심정을 QnA 형식으로 정리해본다.
시원섭섭하다. 일터로 돌아간다는게 좋기도 하고 다시 일을 해야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한편 더 이상 아들이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나의 몸을 가볍게 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뭐 딱히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는 어렵다. 아들이에게 최선을 다했냐라고 돌아보면 노력은 했으나 최선을 다했다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 몸이 지치고 피곤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아들이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적도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 이겨냈어야 했는데 말이 쉽지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해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 오는 날... 악몽이었다. 복직 직전까지 3일 연속으로 비가 왔다. 비가 오면 산책 난이도가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간다. 한 손으로 아기 안아야 하고 다른 한 손으로 우산을 써야 한다. 아기가 커갈수록 점점 무거워졌다(아기한테는 무겁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는데 무거운걸 무겁다고 해야지 다르게 표현할 수가 없다). 올 여름에는 비도 많이 왔다... ㅠㅠ 아들이는 비오는 날도 걸으려고 했기 때문에 우산을 씌워줬어야 했다. 안 젖게 하려고 장우산을 들고 나갔다. 장우산은 크지만 무겁다. 장우산이 싫어졌다.
또 하나 힘들었던건 제때 밥을 먹지 못한 것이다. 아들이가 깨어있는 상황에서는 점심을 먹기 힘들었다. 먹으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먹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렇게 먹었다가는 체할 것 같았다. 밥이라도 좀 편하게, 쉬면서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이가 낮잠을 잔 후에 점심을 먹었다. 아들이는 11시부터 3시 사이에 잤고, 주로 2시부터 3시 사이에 잠들었다. 자연히 점심은 2시 이후에 먹게 되었다. 평소보다 2시간 늦어진 점심시간 때문에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했으나 아들이와 함께하는 아침도 쉽지 않았다. 결국 먹는게 부실해지고 먹는게 부실하니 힘이 떨어지고 힘이 떨어지니 전체적인 컨디션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 정말 힘들 때는 먹는 것도 귀찮아질 정도였다. 살면서 이런걸 느꼈던 적이 없었다. 군대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아들이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조금씩 잘 걷기 시작하면서 아빠 손을 꼭 잡고 걸었던 봄날의 시간들이 참 행복했었다. 걸음마가 늦어서 걱정이었는데 늦었지만 잘해주어서 기특했다. 늦은만큼 덜 넘어졌고 더 잘 걸었다. 아마 이때가 내 생에 가장 따뜻했던 봄날이 아닐까 싶다. 아들이의 손은 봄날의 날씨보다 더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정체 불명의 소리내며 아장아장 한 발자국씩 걸어 나가는 아들이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기저귀 때문에 엉덩이가 빵빵해진 뒷모습은 지금봐도 귀엽지만 그때는 더 귀여웠다. 지금보다 더 통통했던 볼살은 벌써부터 살짝 그리워진다. 지금도 엄마나 아빠의 손을 잡고 잘 걷지만 그때처럼 애틋하지는 않다. 아기가 걷는걸 본다는 그 감정이 참 복받치게 행복했다.
엄마와 아들이와 함께 주말에 첫 피크닉을 나섰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돗자리와 맥반석 달걀을 가지고 탄천에 가서 돗자리를 깔고 같이 먹었다. 그늘이 없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다. 동물원에 갔던 것도, 에버랜드에 로스트밸리를 보러 갔었을 때도 행복했다. 둘이 가는 동물원과 에버랜드는 익숙했지만 셋이 가는 동물원과 에버랜드는 새로웠다. 역시 둘보다는 셋이 더 좋았다.
힘듦과 짜증을 참지 못하고 아들이에게 화내고 짜증부린것이 아쉽고 미안한 점으로 남는다. 아직 어린 아들이가 당연히 말을 못 알아듣고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게 당연하다.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됐지만 밖으로 나오는 말과 행동은 달랐다.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들이가 미웠던 적이 있었다. 특히 몸과 마음이 지치고 피곤할 때는 더 그랬다. 어른답게 극복하고 일관성을 유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들이를 키우면서 내가 참 진짜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란 생각을 자주하게 되었다. 아들이를 키우면서 나의 한계를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 '아 내가 이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이구나'는걸 육아휴직 중에 특히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은 많이했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더 큰 의지와 에너지가 필요했는데 나에게는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내가 아들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 아내는 진짜 어른이다. 아내도 분명 화가 나고 힘들텐데 내색을 잘 하지 않는다. 보면서 많이 느끼고 배웠다. 그래서 육아의 방향에 있어서 내 의견도 있지만 비교적 아내의 뜻을 많이 따르는 편이다.
아들이가 두 돌이 다 되어가는데도 말이 트이지 않은 것도 아쉽다. 발달이 평균보다 느린 아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말은 좀 빨리 트이기를 바랐다. 나름 책도 많이 읽어준다고 읽어줬고, 밖에서 산책할 때도 힘들지만 오디오가 비지 않게 채워주려고 말을 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노력이 부족했나보다. 다음 주에 발달 검사를 앞두고 있는데 아마 언어치료를 슬슬 준비해서 시작하긴 해야할 것 같다. 이건 사실 아쉽다기보다는 이제 슬슬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결국 복직을 택했으니 복직이다. 복직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이다. 교사 외벌이로 3인가정이 먹고 살기는 수도권에서 쉽지 않다. 작년 아내의 육아휴직, 올해 나의 6개월 휴직으로 이미 가계 재정상태가 많이 악화되었다. 다행히 적자는 면했지만 현상유지 수준 밖에 안되어서 앞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모님이 주변에 계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복직을 선택한 이유다. 장모님께서 하시는 일이 있었는데 손자를 봐주시기 위해 그만두셨다. 많이 죄송했고 그래서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함께 아들이를 봐주시는데 아들이의 왕성한 활동력을 감당하기 벅차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내가 휴직을 조금 더 할걸 그랬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부모가 양육 시 아이를 너무 허용적으로 키우는게 문제인데 가끔 좀 내 기준에 지나칠 때가 있어서 이것도 신경이 다소 쓰인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며 사위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받아들이려고 노력중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에 간섭하는건 싸우자는 말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복직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이미 아들이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잘 지내고 있다. 특히 외할아버지를 아주 잘 따른다. 외할아버지가 아들이를 보면 항상 웃어주고 안아주고 반가워해주고 잘 놀아줘서 그런듯 싶다. 엄마랑 헤어질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데, 외할아버지랑 헤어질 때면 울기도 하고 하니 얼마나 아들이가 외할아버지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아빠로서 좀 자존심 상하지만 아빠보다도 외할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활동력이 왕성한 아들이 때문에 육아시간을 쓰고 집에 돌아오면 장모님은 녹초가 되어 계신다. 아들이가 낮잠이라도 빨리 잠들면 모르겠는데 빨라야 2시 30분이니 점심도 제때 못 드신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조금 덜 힘들게 아들이가 말을 빨리 할수 있게 되어서 소통이 되거나, 자꾸 밖에 나가자고 집에서 떼를 좀 덜 썼으면 하고 바라본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아들이의 뜻을 너무 잘 들어주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아들이가 먼저 좀 자제해보면 안될까??
엄마와 아빠가 돈 벌러 갔음에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잘 지내줘서 고마워 아들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주말에는 엄마 아빠가 최대한 아들이와 많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 중이야. 엄마와 아빠의 노력과 사랑이 너에게 닿았으면 좋겠구나. 오늘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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