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된 아기의 수난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아기가 지난번 장염에 이어 이번에는 기관지염에 걸렸다. 장염이 나아갈 쯤에 바로 이어서 또 아프게 된 것이다. 21개월 아들이의 기관지염 투병기를 적어본다.
장염이 나아가고 있을 때쯤, 이제는 괜찮겠다 싶어 또 한 번 물놀이장에 다녀왔다. 마감 시간이 되어 정말 잠깐만 놀다 들어왔다. 그런데 며칠 후부터 아들이가 또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열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오전부터 열이 났는데 오후에 열이 떨어지지 않고 기침까지 조금 하길래 바로 아들이를 들고 병원으로 갔다.
아들이는 병원을 알아본다. 소아과 병원이 있는 상가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울기 시작한다. 우는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접수를 한다. 병원 안으로 들어오니 아기의 울음소리가 더 커진다. 접수를 하고 잠시 나와서 차례를 기다린다. 오후 5시는 소아과의 프라임 타임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마친 아기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몰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앞에 10명이나 되는 환자가 있어 30분이나 기다린 끝에 들어가서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소아과 전문의의 첫 번째 진찰 결과 아들이는 목이 부은 것으로 진단되었다. 아들이가 열이 나는 이유는 목이 부어 올라서였다. 어쩐지 물을 잘 안 먹으려고 하던데 이유는 목이 아파서였나 보다 싶었다. 첫 진료는 여기까지였다. 약국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돌아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목의 붓기만 좀 가라앉으면 다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방받은 약을 먹었으나 아들이의 기침이 더 심해졌다. 목에 가래가 끓어서 숨을 쉴 때마다 소리가 났다. 컨디션도 다운되었는지 낮잠도 더 오래 잤고 노는 중에도 힘 없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아기의 숨소리를 듣고 노는 모습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ㅠ
일단 처방받은 약을 다 먹고 다시 병원에 갔다. 이번에도 아들이는 울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청진기를 배와 등에 대어보고, 귀 안도 살펴보고, 목 안도 보면서 진찰한 후 의사는 기관지에 염증이 생겼다며 기관지염 진단을 내렸다. 기관지염은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질환이고 낫는데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했다. 최근 수족구병이 유행 중인데 수족구병일수도 있으니 손과 발에 수포가 나는지 잘 살펴보라고 했다.
소아과 전문의가 기관지에 염증이 생겼기 때문에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기존에 먹던 약에 항생제, 가루약 두 개가 더해져 한 번에 8mL의 약을 먹여야했다. 3mL 먹이는 것도 난리였는데 두 배가 넘는 양의 약을 하루 두 번 먹이는 게 스트레스였다. 아기는 매번 울고 그렇다고 안 먹일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었다. 먹이는 약 말고도 등에 붙이는 약도 하나 처방받았다. 손톱 크기만 한 작은 패치 같은 약이었는데 피부에 붙이기만 해도 기관지를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신기했다.
다행히 아들이는 약을 먹고 조금씩 나아가기 시작했다. 기침도 많이 줄었고 가래소리도 많이 잦아들었다. 열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어느 순간 아빠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것이다. 아빠 코에서 콧물이 마르지 않았고 열도 살짝 났다.
아빠의 상태는 다행히 자연치유로 이틀만에 좋아졌다. 4일 치 처방받은 약을 다 먹고 세 번째로 병원에 들렀다. 역시나 아들이는 병원 상가 엘리베이터부터 울었지만 이내 적응을 했는지 심하게 울지는 않았다(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이번에는 병원에 일찍 가서 사람이 없었다.
의사가 말하기를 청진기 진찰 결과 지난 번보다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아기가 약을 먹은 이후로 똥을 하루에 2~3번씩 싸길래 약에 배변을 촉진하는 성분이 들어가 있냐고 물었더니 의사가 항생제에 관련된 성분이 있다고 했다. 설사만 아니면 괜찮은 거니 걱정 말라고 해서 안심이 되었다. 이번에도 약을 4일 치 처방받았다. 의사는 아마 이번 약까지 다 먹으면 회복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고 그래도 회복이 안되면 다시 오라고 했다. 아들이는 처방받은 약을 다 먹었고 열도 없고, 기침도 안 하고, 가래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병원에 가보았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니 의사가 이제 약을 그만 먹어도 될것 같다고 했다. 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에 8mL의 약을 먹이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렇게 약을 많이 먹이고 싶지 않다. 약을 먹는 아기도 힘들고 약을 먹이는 부모도 참 힘이 든다. 약을 아이들이 먹을만한 수준으로 좀 맛있게 만들 수는 없을까 생각해본다.
기관지염은 생각보다 오래가는 병이었다. 일반 감기와 달리 염증이 생겨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약도 항생제를 먹어야하고 염증이 나을 때까지 시간도 더 오래 걸리는 듯했다. 어딘가에서 기관지염 바이러스나 세균이 옮겨와서 아프게 된 것인데 아마 다시 찾은 물놀이장에서 또 옮아오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당분간 야외 물놀이장은 가지 않는 것으로 해야겠다. 21개월 아들이는 아직 생각보다 더 연약한 존재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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