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면 아들이가 태어난지 26개월이 된다. 두 돌 하고도 두 달이나 더 지났다. 돌에 만들어준 성장 앨범을 보고 있으면 지난 2년 사이에 정말 많이 컸음을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아직도 더 많이 커야함을 느낀다. 얼마나 더 키워야 사람다워 지는걸까? 이렇게 느끼는건 아마 우리 아들이 언어 발달이 느리기 때문일 것이다. 두 돌 정도면 단어를 이어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는데 아직 우리 아들은 단어들도 잘 말하지 않는다. 그나마 두 돌이 지나면서 엄마, 아빠, 냠냠 등의 단어의 발음이 정확해졌다는게 위안이다. 소리도 많이 내고 다양한 발음의 옹알이가 들리기는 하나 여전히 말을 깨치지는 못한 상황이다. 자연히 엄마와 아빠의 걱정은 하루하루 늘어만가고 있다. 36개월까지는 봐야 한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함은 커진다. 집 근처 대학병원에 검사를 의뢰해 놓은 상황이다. 12월 중에 검사 날짜가 잡힐 것 같은데 부디 아들이에게 큰 문제가 없기를 바라본다. 요즘 아들이의 모습을 몇 자 남겨본다.
아들이는 요즘 냠냠 놀이에 빠졌다. 손에 무엇을 쥐었든 동물이나 식물에게 먹인다(심지어 자동차에게도). 자동차에게 자동차를 가져가며 "냠냠"이라 하기도하며 동물과 식물들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는 먹는게 아니야", "자동차는 기름을 먹지 과일을 먹지 않아"라고 옆에서 계속 이야기해주고 있지만 아들이는 그저 냠냠하는게 좋은가보다. 냠냠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들이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자동차라도 기름통을 열고 과일을 먹어줘야 할 것 같다.
엄마 한테도 냠냠, 아빠한테도 냠냠, 영상통화로 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도 냠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게도 냠냠이다. 그러나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과일이나 배고플 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지 않고 자기가 다 먹는다. 식탐이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먹을 것을 주는데 인색하다(이게 식탐이 많은건가??).
세이펜이라는 물건이 있다. 펜을 가져가면 페이지를 인식하여 해당되는 소리를 들려주는 물건이다. 육아 카페에서는 육아 필수템으로 여겨지며 인기가 있는 물건이다. 우리도 그래서 샀는데 문제는 아들이가 이 세이펜에 너무 과몰입 한다는 것이다. 영상매체는 아니지만 세이펜에 꽤나 중독된 모습을 보인다. 영상중독이 아니라 음성중독이라고 해야하나?
아빠가 책을 읽어주려고 해도 세이펜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이면 세이펜으로 책을 들으려하지 아빠 목소리로 책을 들으려하지 않는다. 특정 페이지에서 나는 특정 소리를 매우 좋아해서 계속 그 부분만 찍어서 소리를 듣기도 한다(소리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계속 펜을 가져다 댄다). 어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 '아기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싶어 걱정이 많이 된다. 아빠 마음 같아서는 세이펜을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버리고 싶지만, 엄마 아빠가 일하는 동안 아들이를 봐주시는 장모님의 육아 부담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말 궁금한건 아들이가 세이펜으로 들리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건지, 단순히 특정 부분의 소리 자극을 듣기 위해 펜을 가져다 대는건지이다. 책에 나오는 물건들을 물어보면 곧잘 포인팅은 잘 하는데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건지 알수가 없다. 책은 안넘기고 귀에 세이펜을 대고 듣기만 할 때가 많다. 세이펜으로 책을 보고 있을 때 계속 옆에서 따라해주고, 물어보고, 책 내용에 맞게 책 페이지를 넘겨주면서 도와주고는 있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고로 가져온 츄피책이 세이펜 이전 버전이라 세이펜 지원이 안되는게 불행중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육아 카페의 글만 보고 세이펜을 너무 일찍 들여준 것에 큰 후회가 된다. 요즘 드는 생각은 육아 카페가 육아의 정답이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업체에서 육아 카페를 통해 마케팅을 많이 하기 때문에 특정 육아 용품에 대한 의견이 실사용으로 생겨난 순수한 의견이 아니라 상업적 목적으로 포장된 의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 카페에 들어와 질문을 하는 사람도,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도 정답을 모르기 때문에 그곳을 찾아온 것이다. 서로 정답을 모르는 사람들끼리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곳이 육아 카페가 아닐까? 장님들이 모여서 코끼리를 만지며 자기가 맞다고 우기고 있는건 아닐까?란 생각이 요즘 들어 많이 든다.
인간에게는 과거 원시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밈이 아직 남아있나보다. 아들이는 길가에 열린 열매들의 위치를 기억하고 그곳을 지날 때마다 나무에서 열매를 따달라고 요구한다.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높이에 있는(화단의 풀 - ex. 맥문동) 열매는 자신이 직접 따기도 한다. 나는 육아를 시작하기 전까지, 아들이가 길거리에 있는 맥문동에서 열매를 따기 시작하기 전까지 길거리에 맥문동이라는 식물이 있는지도, 있어도 그렇게 많이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
길거리 주변 산수유 나무에 맺힌 산수유 열매도 아들이의 표적이다. 아들이를 키우기 전 가로수는 그냥 모두 나무였는데, 아들이가 태어나고 육아를 시작하며 나무가 다 같은 나무가 아니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잎은 다 떨어지고 아래 사진처럼 빨간 열매만 나무에 달려있는데 꽤나 멋지다(아들이 덕분에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알아간다). 산수유 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한 두개씩 열매를 따주고 있다.
맥문동과 산수유 말고도 까마중, 이름을 알 수 없는 작고 빨간 열매도 아들이가 주로 채집하는 열매다. 채집한 열매는 집까지 들고 올때도 있지만, 주로 산책 코스에 있는 횟집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들에게 냠냠놀이를 하는 용도로 쓰인다(수족관 유리 밖으로 물고기에게 냠냠하며 열매들을 주는데 그 모습이 꽤나 귀엽다). 용도가 다한 열매들은 관심에서 잊혀지고 부모 손에서 자체 처리된다.
아들이의 수렵 채집 본능은 언제까지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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